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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밀양사람 김원봉이오”…독립투사 약산 김원봉 막내동생 별세

중앙일보

입력

약산 김원봉의 막냇동생 학봉씨의 생전 모습.[사진 의열기념관]

약산 김원봉의 막냇동생 학봉씨의 생전 모습.[사진 의열기념관]

경남 밀양 출신의 독립운동가 약산 김원봉(1898~1958)의 막냇동생 학봉 여사가 24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90세.

24일 밀양에서 막내 학봉(90)여사 별세 #의열단장 김원봉은 11남매의 첫째…월북 #“남편과 함께 생전 연좌제로 고생 많아”

약산은 일제에 맞서 의열단 단장, 광복군 부사령관 등으로 무장항쟁을 이끌었다. 일제강점기인 1919년 만주에서 결성된 의열단은 1920년 밀양경찰서 폭탄 의거 등 모두 23차례에 걸쳐 항일 무장투쟁을 벌였다. 약산은 임시정부를 이끈 백범 김구 선생보다 일제에서 내건 현상금이 더 많았을 정도로 일제에 두려운 존재였다. 11남매(9남 2녀) 가운데 첫째가 약산이었다.

약산은 1000만 관객을 넘은 영화 ‘암살’(2015년)에서 배우 조승우가 “나 밀양사람 김원봉이오”라고 말하면서 대중에게 더욱 널리 알려졌다. ‘밀정’(2016년)에서는 배우 이병헌이 연기한 인물이다.

약산 김원봉

약산 김원봉

고인은 약산이 1948년 4월 9일 월북하기 전 두 차례 본 것이 만남의 전부였으며, 오빠의 월북 때문에 49년 서울 종로경찰서에 끌려가 물고문 등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 북한에 있을 약산의 가족을 만나고 싶다며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또 2005년에는 약산의 서훈 신청을 했으나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국가보훈처 심사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고인은 영화 ‘암살’이 인기를 끌던 2015년 잠을 자던 중 침대에서 떨어져 건강이 나빠졌고, 최근 밀양의 한 요양병원에서 주로 지내왔다. 지난해 3월 약산의 생가터인 밀양시 내이동에 문을 연 ‘밀양 의열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기념관은 약산과 안중근·이봉창 등 의열단 활동을 한 독립투사를 기리는 곳이다.

슬하에 3남 2녀를 두었으며, 미국에 거주하는 둘째 아들 김태영씨가 ‘의열단 약산 김원봉 장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준설(53) 의열기념관 학예사는 “약산의 형제자매는 이제 모두 고인이 됐다. 고인과 이미 돌아가신 고인의 남편께서 밀양에서 사셨지만, 연좌제 때문에 생전에 많은 고생을 하신 거로 안다”고 전했다.

빈소는 경남 밀양시 희윤 요양병원 장례식장(055-355-0007).

밀양=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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