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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안정기조 회복이 급선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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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경제는 지난 30년간 세계가 주목하는 고도성장을 이룩, 1인당GNP 5천달러시대를 열었고 세계10대무역국대열에 진입했으며 이를 토대로 90년대에는 선진국진입을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이과정에서 능률과 경제제1주의에 치우친 결과분배의 불형평성, 경제운용의 불공정성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특히 농민·근로자·중소기업·영세민등에 대해서는 정책적 배려가 적었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는 이에따라 6공화국에 들어서는 균형발전을 목표로 내세우고 전국민 의보실시는 물론 농어촌·도시근로자·영세민 등 낙후부문 지원에 21조원의 재정지원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농어민소득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농어촌발전종합대책」과 무주택영세민을 위한 25만호의 영구임대주택건설계획을 마련, 추진 하고있다
이와같은 정부의 대책은 재정면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주지만 민주화의 원만한 진행을 뒷받침해야하는 시대적 사명에 비춰볼 때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지원책의 효과는 장기간을 두고 나타나기때문에 국민의 인식속에 그 의미는 줄어들고 따라서 각계의 소득보상욕구는 치열해지고있다.
그결과 한편에서는 재정지출요인이 누적적으로 늘어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각종 인건비·정부수매가격·요금 등 모든 분야에서 자기몫이 최근2∼3년간 높은 속도로 조정되고있어 우리경제가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있다.
87년이후 민주화추세와 함께 각계의 소득보상적 욕구가 일시에 분출했으나 우리경제는 12%성장을 유지했다. 임금이 오르고 환율도 올랐는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겠는가.
첫째, 이 기간동안 세계경제가 호황을 이룬데다 일본·대만등 경쟁국들이 우리보다 높은 속도로 환율을 절상했기때문에 우리수출산업은 수출가격을 인상, 그간의 임금상승과 환율절상부담을 수입국소비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었다. 둘째, 기업은 국내시장에서 제품가격을 올려 이윤이 줄어드는 것을 막고 그것이 어려운 경우 영업외이익확대로 임금상승과 원화절상부담을 어느정도 자체 흡수할 수 있었다. 또 올림픽특수도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올해에도 노사분규는 어느해보다 격심했고 이로인한 임금인상률은 전례엾이 높았다. 노조의 임금인상요구는 흔히 50%선까지 올라가고 타결률도 25∼35%선이 상례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도 우리경제가 계속 발전해 나갈수있는가. 한마디로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노사분규·원화절상 및 사회기풍의 해이등의 효과가 매년 경제를 연타해 누적적·지속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3년동안 매년 임금이 20%씩 오른다면 첫해는 20%가 오르지만, 3차년도에는 60%이상 오른 상태가 된다.
이미 우리경제에는 몇가지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출이 줄고 기업은 투자를 기피하고 성장은 소비지출에 의해 지탱되었다. 국민의 경제생활에 임하는 자세도 크게 해이돼 부동산투기가 성행하고 과소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경제가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 원인은 전적으로 노사분규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부분적으로는 3저현상의 퇴조로 수출경기둔화와 이로인한 경기하강, 조정국면, 민주화과정에서 혼란에 가까운 각계각층의 욕구분출의 누적과 기업의욕의 저하등의 요인이 복합된 결과로 판단된다.
노사분규와 각계의 욕구분출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며 앞으로도 국민경제에 누적적 부담을 줄 것이다.
87년 4·4분기부터 금년5월까지 생산차질이 8조9천억원으로 성장을 2·3%감소시킨 것으로 집계된다.
수출차질은 23억달러이며 금년중의 차질은 10억4천만달러로 약 절반이다.
더큰 문제는 노사분규의 결과로 나타나는 고임금현상으로 87년 4·4분기이후 명목임금은 62·5%나 상승했다. 그것은 우리경제를 일본·대만보다 상대적으로 고임금경제로 만들고있다.
고임금은 국민경제의 자본집약도를 과도하게 높이고 노동집약적 산업을 초기에 사양화시켜 산업구조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며 실업률을 증가시킬 것이다. 국내외의 경제를 전망한 결과 우리의 시각과 선택은 다음과 같이 집약된다.
첫째, 우리경제는 지금 성쇠의 고비를 맞고 있다. 선진국에 진입하자면 1인당 국민소득은 적어도 현재의 2배가 되어야하며 따라서 우리의 앞길은 아직도 멀다.
둘째, 우리경제가 당면한 어려움은 모든 경제주체가 오직 자기욕구만 내세우고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자기몫실현을 위해 국민전체의 이익을 도외시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셋째, 사회기강의 해이현상다. 아직도 대다수국민은 성실한 생활상을 견지하고 있으나 경제주체사이의 믿음은 파괴되고 기업가 정신과 근면한 근로의욕이 흐트러졌다.
넷째, 금년경제는 대책여하에 따라 그래도 어느정도 당초목표에 접근시킬 수 있으나 지금 이시점에서 먼장래를 내다보고 적절한 대응을 못할 경우 그간의 누적된 악재의 작용으로 내년도 우리경제는 금년보다 오히려 더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우리경제는 현재 저성장·고임금·고물가·고부업의 고리(환)가 자리잡히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우선 하반기이후의 대책은 이와같은 고리의 단절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하반기에는 무엇보다 안정기조의 회복이 시급하다. 다만 안정기조속에서 자금을 생산적인 부문으로 흐르게 하면서 기업의 설비투자의욕을 성취시키기 위한 선별적인 지원과 투자마인드의 조기희생을 위한 시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금년하반기만 겨냥한 것이 아니라 90년이후의 경제를 내다보고 장기적 견지에서 정책을 구상해야한다. 90년이후 우리경제는 정책선택여하에 따라 크게 다른 두가지 진로가 예상된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현재의 욕구분출분위기가 내년이후에도 연결돼 임금이 20%썩 오르고 총수요관리에 실패할 경우다. 이경우 90, 91년의 성장은 4∼5%로 둔화되고 소비자물가는 10%를 상회하며 국제수지혹자도 크게 줄고 실업률은 4%를 넘게된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내년부터 욕구자제의 분위기가 성숙되고 안정기조가 계속 견지되는 경우다. 이경우 90, 91년의 성장률은 7·5%를 유지하면서 소비자물가는 5%이내, 실업률은 3·5%선에 머무르게 된다.
우리가 선택해야할 길은 자명하다. 그러나 욕구분출은 이미 타성화되어 있고 정치·사회적 여건은 밝지못한 실정이기 때문에 우리가 원치않는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우려가 충분하다. 따라서 우리경제가 당장은 험난하나 바람직한 선택을 놓치지않도록 모든 국민 특히 지식인과 정치인은 용기있는 참여와 비장한 의지를 보여주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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