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몫 요구 한자리로 자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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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하반기를 전망하면 우리 경제는 전반적으로 당초 계획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된 것은 정치사회 혼란과 더불어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부동산 투기를 포함한 재테크에 의한 불로소득의 추구, 내일을 모르는 향락, 자기 몫을 지키기 위한 이성을 잃은 집단행위 등으로 혼탁해진 때문이다.
금년 들어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는 50%선에 이르고 있으며 임금이 낮은 중소기업보다는 급여가 상대적으로 높은 대기업에서 분규가 더욱 많이 일어나고, 은행·연구기관 등 교육·임금 수준이 높은 업종의 사무직에서조차 물리적인 힘으로 자기주장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그 결과 87년부터 금년 5월까지 노사분규에 의한 생산차질이 약9조원, 수출차질은 23억 달러로 막대한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에 명목임금은 생산성 증가를 훨씬 웃도는 62.5%나 상승해 우리 경제는 앞으로 2∼3년에 걸쳐 약6%정도의 경제성장률 손실을 가져오고 7%정도의 물가 압력을 이겨내야 하는 부담을 이미 안고있다.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는 가속적으로 활력을 잃고 부실화의 길을 치달을 것이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국민이 자기 몫을 계속해서 20%수준으로 높여 가는 경우이며 90, 91년에는 성장률이 4∼5%로, 물가는 10%이상이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자기몫 실현율이 한자리 숫자로 자제되어 그것이 생산성 향상에 의해 흡수됨으로써 안정기조가 확보되는 길이다. 이 경우 내년 이후 7∼8%수준의 성장과 5%수준의 물가안정이 동시에 달성될 것이다.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우리 경제를 회생시킬 후자의 길이다.
정부는 당면한 과제로 고임금-고물가-저성장-고실업의 고리를 절단하기 위해 각계 각층의 자기몫 실현을 한자리 숫자로 최대한 억제하고 기업 및 기업윤리를 재확립시켜 나가겠다. 또한 안정기조 속에서 기업의 설비투자 의욕을 성취시키기 위한 선별적인 지원시책을 강구하며 수출을 걱정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한 관련시책의 보완을 통해 수출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
장기 과제로는 성장 잠재력을 보강하기 위해 원천기술 개발과 구조조정 촉진, 불 형평과 불공정의 시정, 자유 경쟁체제 기반을 다지기 위한 제도개선 추진, 국제경제 마찰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전략을 재정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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