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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로 드러난 고용세습…취준생 “일자리 뺏는 약탈 행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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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공공기관 직원의 가족·친척 특혜 채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네티즌 “유빽유직 무빽무직” 성토 #“빙산의 일각, 전 분야 조사하라”

국민권익위원회는 20일 전국 1205개 기관의 채용 실태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 비리 의혹이 제기됐고 이를 계기로 공공기관 전수 조사를 하게 됐다. 권익위는 이번 조사에서 182건의 채용비리를 적발했는데, 이 중 직원 등의 가족·친척 채용 비리는 16건이었다. 이 가운데 10건은 수사를 의뢰했고, 6건은 징계를 요구했다.

이번 조사에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친척 채용 비리가 드러났다. 우선 별다른 채용 시험 절차 없이 계약직으로 선발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경우가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TV홈쇼핑 기업인 공영홈쇼핑은 2015년 2월 고위직의 자녀를 포함한 6명을 뽑을 때 채용 시험을 거치지 않았다. 이들은 당시 단기계약직으로 채용됐고,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직원이 자신의 친척이 응시한 줄 알면서도 면접관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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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의 ‘고용 세습’ 비리가 전해지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채용 비리를 성토하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유빽유직, 무빽무직’(빽이 있어야 취업 한다는 의미)이다. 힘들게 공부해도 취업이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 “만연한 부조리에 탄식이 절로 난다. 이력서 들고 전국을 뛰어야 했던 아들의 1년은 어쩌면 10년의 시간과 같았을 것이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부정 합격자 전원 파면하고, 청탁 관련자 전부 형사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다른 네티즌은 “빙산의 일각이다. 사회 전 분야를 지속적으로 조사해 부정으로 직장을 거머쥔 자들을 모두 솎아내고 구속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대학 졸업 후 1년 넘게 공기업 채용을 준비 중인 박모(26)씨는 “채용 비리는 소위 ‘빽’ 있는 사람이 땀흘려 노력한 자의 일자리를 뺏는 약탈 행위”라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이런 범죄를 이번 기회에 강력히 처벌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앞으로 유사한 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공공기관 임직원의 친인척 채용 인원을 매년 홈페이지에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또 공직자에 의한 가족채용 특혜 제한을 골자로 하는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추진한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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