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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사투리 오락프로 '말 달리자' 진행 강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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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따, 가스나~'하면 '너, 참 예쁘다'란 뜻도 되지만, '그만 좀 성질 부려라'라는 핀잔도 되지요. '거시기하다'란 말도 얼마나 다양한 상황에서 쓰이나요. 재미있는 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척척 알아듣는다는 거예요. 사투리는 또 친근해요. 강호동씨가 서울말 쓴다고 상상해봐요. 얼마나 이상하겠어요."

'말 달리자'는 사투리를 오락퀴즈에 접목시킨 국내 최초 사투리 프로그램. KBS-2TV의 '상상플러스'가 신.구세대 간 언어 장벽을 허문다면, '말 달리자'는 사투리 공부를 통해 지역간 언어 격차를 해소한다.

프로그램에서 강정화의 컨셉트는 착하고 공부 잘하는 막내딸. 게스트로 나오시는 어른들(조형기, 박정수 등)의 심기를 편하게 해드리고, 애교스럽게 분위기를 리드한다. 방송을 타기 전 영어과외를 통해 김제동과 인연을 맺은 적이 있어 호흡에는 문제가 없다고. 2003년 데뷔 이래 지상파 프로그램 MC를 맡은 것은 처음이다.

"드라마에서는 항상 부잣집 외동딸로 나와 심각한 표정을 짓던 제가 활짝 웃는 것을 보는 것도 프로그램의 재미일 거예요. 사투리만큼이나 친근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유학파 깍쟁이' 이미지에 대해 불만도 많다.

"사실 저 무척 한국적으로 생겼어요. '대장금'이 드라마 데뷔작이었다는 것만 봐도 그렇잖아요. 한복이 잘 어울리는 연예인이란 말도 자주 들어요. 유학을 다녀왔다고 버터냄새 날 것 같다는 건 편견이에요."

그에겐 사투리도 반드시 정복해야 할 외국어 같은 존재다. 영어 배울 때처럼 리스닝부터 익히고, 관련 책들도 탐독한다. 방송에서 배운 사투리를 복습하는 것은 기본. "부모님이 경상도 분이라서 사투리가 아주 생소하진 않아요. 경상도 사투리는 따라 할 정도의 수준이 됐답니다. 김제동씨가 빠르게 말해도 척척 알아들어요."

외국어 공부에만 목숨 거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따가운 일침. "영어 못하는 것은 부끄러워하면서 왜 우리말인 사투리를 못 알아듣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죠? 특히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추천돼 있는 제주도 말은 더욱 애착이 가요."

별명이 '맑은 영혼'이라며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를 반짝이는 그에게 우울한 부잣집 딸 이미지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글=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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