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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더 괴기스럽고 환상적으로 '유령 해적'이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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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해적'들이 돌아온다. 다음달 6일 전 세계 동시 개봉하는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이다. 국내에서만 200만 관객을 모으고 전 세계에서 6억5000만 달러(약 6200억원)의 흥행수입을 올린 전편 '블랙 펄의 저주'(2003년)가 나온 지 3년 만이다. 27일 언론 시사회에서 처음 공개된 속편은 2억 달러(약 190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대작답게 웅장한 규모와 환상적인 캐릭터를 자랑한다.

속편은 무엇보다 괴기스러운 분위기에서 전편을 훨씬 능가한다. 망망대해를 떠도는 유령선의 저주가 주인공들을 위협한다는 기본 설정은 비슷하지만 유령들의 괴상한 몰골은 전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전편의 유령들은 평상시엔 사람 모습을 하고 있다가 달빛이 비칠 때에만 앙상한 해골을 드러냈다. 그러나 속편에서 유령들은 시종일관 온몸이 썩어가는 가운데 바닷속 온갖 생물들을 섞어놓은 모습을 하고 있다.

배우들이 센서가 달린 특수의상을 입고 연기한 것을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만들어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얼굴이 문어로 덮이고 손은 게의 집게로 변한 선장 데비 존스(빌 나이)가 가장 눈에 띈다. 코가 없는 그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문어 다리가 꿈틀거린다. 문어 모양의 바다 괴물 '크라켄', 충혈된 눈으로 노려보는 여자 점쟁이, 무서운 식인종 마을 등도 기괴한 느낌을 더한다.

주요 인물은 대체로 전편과 같다. 해적 선장 잭 스패로(조니 뎁)는 이번에도 유령들에게 쫓긴다. 붙잡히면 노예가 돼 100년간이나 죽지도 못하고 고통을 받아야 한다. '망자의 함'과 열쇠를 찾아 저주를 푸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윌(올랜드 불름)과 엘리자베스(키라 나이틀리)는 해적과 내통한 혐의를 받으면서 뜻하지 않게 위험천만한 모험에 얽히게 된다. 윌은 해적이던 아버지가 유령의 노예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 잭과 함께 저주를 풀기 위해 나선다. 전편에서 해적을 도왔다는 이유로 파멸한 영국 제독 제임스(잭 데븐포트)는 명예와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잭과 '망자의 함'을 동시에 쫓는다. 따라서 인물들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가급적 전편을 보는 편이 좋다. 새로이 등장한 인물로는 동인도회사의 실력자 베켓 경(톰 홀랜더)이 대표적이다. 그는 문제의 함을 손에 넣어 바다의 지배권을 거머쥐려고 한다.

제작진의 최대 고민은 '어떻게 하면 전편과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할 것인가'였던 것으로 보인다.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전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안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같은 인물이라도 성격에 분명한 변화를 주는 것이었다. 전편의 초반에 평범한 대장장이였던 윌은 해적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점점 해적의 모습을 닮아간다. 엘리자베스는 여성적인 아름다움보다는 남장을 하고 직접 칼을 들고 결투를 벌이는 남성적인 면모를 선보인다. 그런가 하면 해적의 교활함과 인간적인 연약함을 동시에 갖춘 잭의 이중성은 전편과 비슷하다.

다만 해적과 유령선이란 소재가 한국인들의 정서에 다소 낯설다는 점은 영화의 한계가 될 수 있겠다. '피터팬'의 후크 선장이나 '보물섬'의 외다리 실버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인들에게 해적은 그다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해적의 전성시대를 뚜렷하게 기억하는 서양인들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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