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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담보"비난에 손 든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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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그동안 정부와 의사단체간에 극심한 마찰을 빚었던 의료보험 진료수가가 9%로 결정되고 의사단체도 이를 수용하게된 것은 전국민 의료보험개막에 맞춰 「국민부담의 최소화」와 「국민건강담보투쟁불가」라는 국민여론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측은 16일오전 조순부총리가 대한의학협회및 대한법원협회 회장단을 면담, 정부의 의보수가 조정배경과 내년2월 추가조정 방침을 설명했으며, 의협측도 병·의원의 경영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의보·진료 거부·진료중단등 실력행사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앞서 의협측은 15일 밤 보사부 당국자와의 회합에서 수가 9% 인상및 내년2월 추가인상, 불합리한 수가체계 개선등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의사단체내에 실력행사를 요구하는 일부 강경파의 주장이 여전히 남아있어 이들의 동향이 주목된다.
이번 수가 분쟁을 통해 의사들은 「국민건강을 담보로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한다」는 여론의 비난을 받는등 상처를 입었고 정부측도 한자리 숫자에만 매달려 경직된 대응을 함으로써 국민들을 불안케 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됐다.
◇수가 조정=정부가 발표한 인상폭9%는 진찰료·입원료·검사료·처치료등 1천6백여종에 이르는 진료행위에 대해 보험이 부담하는 진료비 인상률을 평균한 것이므로 앞으로 각각의 진료행위에 따라 인상률이 조정돼 고시되어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보사부는 당초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연구·제시한 11, 13, 15%의 3개 인상안 가운데 전국민 의보 실시후 일반환자 감소에 따른 수입결손 보충 8%, 임금·물가상승등 원가인상 7%를 반영한 15% 인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경제기획원은 이같은 인상폭이 물가인상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 한자리수 인상을 고수했었다.
정부의 인상폭(9%)은 물가인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수입결손 보충분 8%를 제외할 경우 물가·임금인상 요인을 1%만 반영했다고 볼수있다.
이는 결국 우리 경제 전체를 놓고 볼때 「가진 집단」인 의사들의 양보를 이끌어냄으로써 앞으로 정부가 근로자 임금인상·추곡수매가 결정등에서 「가지지 못한 집단」의 양보를 유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7월1일부터 전국민의보및 의료전달체계 시행에따라 국민들의 의료기관 이용행태가 크게 바뀌고 이에 따라 병·의원의 경영상태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 오는 12월까지 6개월간의 경영상태추이를 보아 내년 2월중 6%내외의 추가인상을 약속하고있다.
보사부는 이번 수가 인상으로 전체적인 보험재정이 89년하반기의 경우 총재정의 2·6% (4백34억원), 90년은 4·5%(9백60억원)의 추가요인이 있으나 현재의 직장·지역의보조합의 재정상태로 볼때 보험료 추가인상등의 급격한 충격은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환자 본인부담액의 인상으로 병·의원을 이용할 경우의 부담은 다소 늘어나게 된다.
◇의료계 입장=대한의학협회가 한국생산성본부(KPC)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30·5%의 수가 인상을 요구하며 실력행사로까지 맞서고 있는 것은 전국민 의보시행을 계기로 그동안 현실에 맞지 않는 의보수가를 새로 조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기 때문이다.
의협측은 지난77년 고시된 수가가 당시 관행수가의 55%선에서 결정된 것이며, 12년동안9차례에 걸친 인상(연평균8·6%)에도 불구하고 물가및 임금인상폭을 따르지 못해 병·의원 경영이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주장이다.
의사들은 『가진 집단이 수가인상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으려 한다』는 여론의 비난에 대해서도 『적정한 진료비에 의해 양심적인 진료를 하지못할 경우 결국 국민들은 저질의 의료에 의한 피해를 보게된다』고 항변한다.
이밖에도 의사들은 ▲실횟수에 관계없이 하루 1대만 인정하는 주사료(근육주사의 경우 2백70원)▲15일이상 입원한환자관리료 체감제▲비합리적인 야간·공휴일 시간대및 가산율등 수가체계의 모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도 불구, 의사들의 의보 진료거부나 진료중단등 실력행사는 결국 「국민건강을 담보로 한 실속 챙기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웠고, 이같은 현실 인식이 결국 정부의 인상안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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