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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 한계는 어디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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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초등학교 여교사가 1학년 학생들에게 체벌을 가하는 장면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이 체벌 대신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동영상 내용은=27일 D 포털 사이트에 '초등학교 1학년을 폭행하는 여교사'라는 제목의 1분짜리 동영상이 올라왔다. 동영상엔 한 여성 교사가 남자 어린이를 교단으로 불러내 뺨을 때리고 얼굴에 책을 던지자 이 어린이가 잠시 휘청거리며 뒤로 밀려나는 모습이 담겼다. 여자 어린이가 교사에게 뺨을 맞은 뒤 얼굴을 어루만지는 장면도 나온다.

이 동영상은 21일 오전 전북 군산시 S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인 이모(53.여) 교사가 10여 명의 학생들을 체벌하는 현장을 이날 학교를 찾은 한 학부모가 창문 밖에서 몰래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면은 전교조 홈페이지 등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급속도로 퍼졌다. 전북교육청과 군산교육청 등의 인터넷 게시판엔 이 교사를 비난하는 글이 이어졌다. 자신을 초등생 딸을 둔 학부모라고 밝힌 네티즌은 "학생 체벌에 대해 찬성하지만 이번 사건은 도를 넘어섰다"고 적었다.

파문이 일자 이 교사는 "학생들이 노트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매를 들었다. 열심히 가르치려고 했는데 체벌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군산교육청은 이 교사를 직위해제(대기발령)하고 S초등학교에 담임 교체를 지시하는 한편 징계위원회를 열어 인사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 체벌의 대안은 없나=학교 내 체벌은 1998년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절반가량의 학교는 학교생활규정으로 '체벌금지'를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사의 체벌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체벌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면서 많은 학교에서 '상벌점제'를 도입했지만, 벌점이 지나치게 많이 쌓인 학생에 대한 제재조치가 없거나 교사마다 벌점에 일관성이 없어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아예 체벌금지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도 27개 주가 체벌을 금지하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등 체벌이 논쟁거리다.

기독교 교사모임인 좋은교사운동의 김성천 정책실장은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해결할 것"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지금은 담배를 피운 학생의 경우 한 번 때리고 끝나지만, 앞으로는 학생부 기록→학부모 소환→징계 등 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처벌하자는 것이다.

충남 논산시 대건고는 95년부터 체벌을 금지한 뒤 매년 2월 학생대표와 교사들이 하루 동안 토론을 거쳐 그해의 자율 규정을 정한다. 이 학교의 강석준 교장은 "합의를 통해 정한 규정이기 때문에 학생들도 스스로 알아서 따른다"며 "체벌 없이 인격적인 만남으로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철재.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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