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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국회는 급할 게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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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6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예정됐던 회의 순서를 바꿨다. 교육부 산하기관 업무 보고를 뒤로 미루고 학교 급식 사고 문제를 먼저 따지기로 한 것이다. 권철현(한나라당) 위원장은 회의를 시작하며 "부실하게 운영돼 온 학교 급식 전반에 대한 점검과 대책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의원들도 모처럼 한목소리로 정부의 허술한 관리와 대응을 질타했다.

교육부의 어정쩡한 해명에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2년 전부터 교육위에 제출돼 있는 6개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한 데 대한 자성도 있었다. 개정안은 우수 농산물 사용, 위생 관리 기준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질의가 끝난 오후 5시 회의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학교급식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여당과 한나라당 의원은 서로 딴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법안심사소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원인이었다.

여당은'여당 3명, 한나라당 2명, 비교섭단체 1명'안을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여당과 한나라당이 같은 비율로 소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맞섰다.

의원들은 상대 당을 향해 개정안 처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위를 구성하지 않아도 법안을 처리할 방법은 있다. 그러나 이마저 해법을 찾지 못했다.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논의하자는 안과 간사 협의로 단일안을 우선 만들자는 안이 맞섰다.

의원들 자신도 민망한 듯했다. 최재성(열린우리당) 의원은 "질의만 하고 대안을 내지 못한다면 교육위의 소임을 다하지 않는 무책임한 행위라는 비판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가 지난 27일 오전. 두 당의 원내대표는 회담을 했다. 민생법안 처리가 급하다고 했다. 그러나 결렬됐다.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이견이 걸림돌이었다. 이날 다시 열린 교육위 회의도 마찬가지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아예 불참했다. 오후 2시30분 시작된 회의는 여당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만 들은 채 30분 만에 끝났다. 이쯤 되면 CJ푸드시스템처럼 국회도 책임을 지고 민생법안 심의.의결권을 자진 반납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훈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