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취재일기

1% 여성 택시기사를 응원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임선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임선영 복지행정팀 기자

임선영 복지행정팀 기자

서울에서 여성 택시기사를 만날 확률은 100분의 1쯤 된다. 서울 전체 기사 약 8만 명 중 여성은 1%(744명)도 안 된다. 전국으로 봐도 전체 기사 약 26만8000명 중 1.4%(3876명)에 그친다. 늦은 밤 택시를 타 본 여성이라면 안다. 여성 기사를 만나면 얼마나 반갑고 안심이 되는지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지 못했다.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한 60대 여성 택시기사가 40대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60대 여성 택시기사 전모씨는 승객이 휘두른 주먹에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중앙일보 2월 14일자 20면> 전씨는 “맞으면서 택시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살려 달라’고 외쳤지만 보고도 모른 척 지나갔다”고 했다. 물론 남성 기사들도 일부 승객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관련기사

서울 택시기사 중 약 1%가 여성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 [뉴스1]

서울 택시기사 중 약 1%가 여성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 [뉴스1]

그런데 여성 기사들은 남성이 절대다수인 택시 운행에 종사하면서 주변의 무시와 편견에도 시달린다. 50대 여성 기사 A씨는 만취 승객의 주먹에 눈을 맞아 경찰서를 찾았다. 시퍼렇게 멍이 든 그의 눈을 보고도 경찰은 “진짜 승객에게 맞은 게 맞느냐”고 채근했다고 한다. 오히려 “그러게 왜 위험하게 만취 승객을 태웠느냐”며 질책했다. 또 한 식당의 여주인은 그에게 “노래방 도우미 안 하고 이런 일(택시 운전) 하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위로(?)했다. 여성 기사 B씨(50대)는 “자식뻘 되는 학생들조차 택시 운전석에 앉은 나를 보고 ‘어? 여자네’ 하고 말하기도 한다”고 했다. 남성 승객에게 성희롱을 당해도 두려움에 별다른 항의도 못 하고 목적지까지 간 경우도 다반사였다.

택시·버스 기사 폭행 사건은 매년 3000건 안팎으로 발생한다. 경찰은 피해자 대다수가 택시기사인 것으로 추정한다. 전문가들은 기사를 폭행으로부터 보호할 현실적인 예방책은 ‘운전석 격벽’이라고 본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택시 250대에 격벽을 시범 설치한다. 하지만 2014년에도 택시 30대에 설치했다가 “공간이 좁아진다”는 기사와 승객의 반발에 부닥쳐 중단했다. 편리를 좇다 안전을 잃는 일이 더는 되풀이돼선 안 된다. 정부도 여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여성 기사들에게는 폭언·성희롱과 같은 피해를 입었을 때 대처 방법이 담긴 안내서를 배포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남성이 다수인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대하는 사회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성(性)을 양분화해 직업이나 역할을 나누던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차별의 장벽은 거두되 보호의 격벽이 필요한 때다. 1% 여성 기사를 응원한다.

임선영 복지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