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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고용 참사' 대한 정부의 세 가지 안이한 인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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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14일 발표한 ‘1월 고용 동향’은 바꿔 말하면 ‘1월 고용 참사’였다. 최대ㆍ최고ㆍ최저 수치가 곳곳에서 등장했다. 먼저 실업자가 122만4000명(이하 1월 기준)을 기록해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졌던 2000년 이후 ‘최대’였다. 실업률은 4.5%로 집계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이후 ‘최고’였다. 취업자 수는 1만9000명 늘어 증가 폭이 역시 9년 만에 ‘최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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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 수가 외환위기 수준에 도달한 ‘낙제’ 수준 성적표였다. 그런데도 통계 발표 직후 나온 정부 반응은 세 가지 측면에서 안이하게 들렸다. 먼저 기저 효과(base effectㆍ기준 시점이 현재 상황과 큰 차이가 있어 결과가 왜곡되는 현상)란 ‘해명’이다. 기획재정부는 통계 발표 1시간 만에 분석 자료를 내고 통해 “취업자 수 증가가 큰 폭으로 줄어든 건 지난해 1월 취업자가 많이 늘어난 데 따른 ‘기저 효과’가 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들어 이미 매달 취업자 증가 폭이 대부분 10만 명을 밑돌았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9만7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증가 폭이 전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1월에만 특별하게 나타난 기저 효과였다기보다 고용이 악화한 ‘추세’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노인 구직이 늘었다는 ‘변명’도 나왔다. 기재부는 “보통 2월 시행하던 노인 일자리사업을 1월에 조기 집행하는 바람에 실업자가 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인층뿐 아니라 15~19세와 3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실업자가 늘어난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2월은 청년 구직자가 대거 쏟아지는 졸업 시즌인데 2월 고용 동향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그땐 졸업 핑계를 댈 건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억지’를 늘어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통계 발표 직후 “공공 부문이 선도적으로 나서 당초 신규 채용키로 한 2만3000명에서 2000명을 더 채용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54조원, 올해 23조5000억원을 투자해 만드는 공공 일자리를 두고 담배꽁초를 줍고 전깃불을 끄는 ‘단기ㆍ일회성 일자리’란 지적이 나왔는데도 오히려 더 늘리겠다는 얘기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공공 일자리 확대는 전체 고용 통계를 잠시 좋게 할 수 있어도 고용 악화 추세를 되돌릴 수는 없다”며 “좋은 일자리를 늘리려면 기업 채용을 늘리는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일자리 문제에 대한 접근이 잘못됐다는 ‘고해성사’ 없이 해명ㆍ변명ㆍ억지로 일관한다면 올해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도 어두울 것이다. 역대 최악 고용 참사가 맞다는 제대로 된 ‘반성’, 기업 옥죄기와 최저임금 인상 등 친(親) 노동 정책에 따른 영향이란 정확한 ‘진단’,  규제 완화와 신성장산업 발굴을 통한 기업 기(氣) 살리기란 ‘대책’을 보고싶다.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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