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전까지 주한미군 필요” 에이브럼스 발언 놓고 해석 분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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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12일(현지시간)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평화협정과 연계하는 듯한 답변을 내놔 관측이 분분하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날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모든 당사자 간에 평화협정이 맺어질 때까지는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주둔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는데 ‘평화협정 체결 전’이라고 거론해 논란 가능성을 남겼다.

‘평화협정 뒤 미군 철수하나’ 논란 #국방부는 “협정 체결과 관련없다”

국방부는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한·미 양국은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안정을 위한 주한미군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확고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며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 차원의 문제로,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과 직접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이 같은 발표를 내놓은 이유는 에이브럼스 사령관 발언이 기존 한국 정부의 입장과 다르다고 해석될 수 있어서다. 국방부는 이런 발표를 내놓으면서도 내부적으로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이 같은 발언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주한미군 주둔은 평화협정 체결 여부가 아닌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것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왔다. 그런데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평화협정이 맺어질 때까지’라고 하는 바람에 ‘평화협정 이후’의 주한미군 지위에 대해 유동적으로 남겨 놓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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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발언은 오는 27~28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기에 나왔다는 점에서 관심이 더 모아졌다. 북·미 회담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상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속내는 주한미군 철수에 있기 때문에 미국을 상대로 언제든지 이슈화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발언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해도 주한미군은 주둔한다는 의미”라고도 해석했다. 군 당국자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모를 리 없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원론적인 발언을 한 것 아니겠느냐”며 “시기가 시기인 만큼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이라고 진화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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