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梁, 문유석 '각광선호' 노회찬 친분 판사 '노동편향' 문책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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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석 판사『미스 함무라비』 저자

문유석 판사『미스 함무라비』 저자

20만부가 넘게 팔린 『개인주의자 선언』의 저자이자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의 원작자인 문유석 부장판사에 대해 양승태 대법원은 이렇게 평가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공소장 살펴보니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엔 '각광 선호' #노회찬 친분 판사엔 '노동편향' 부정평가 #두 법관 '물의야기'로 분류해 문책 인사

“뛰어난 기획력과 창의성을 갖고 있지만 묵묵히 헌신하기보다는 개인적인 각광을 선호하는 것은 아닌지, 지나친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시할 필요가 있음.”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시작은 2014년 8월 24일 문 부장판사가 중앙일보에 쓴 ‘딸 잃은 아비가 스스로 죽게 할 순 없다’는 칼럼이었다. 문 부장은 글에서 세월호 이후 분열된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을 밝히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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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석 판사『개인주의자 선언』[사진 문학동네]

문유석 판사『개인주의자 선언』[사진 문학동네]

석 달 뒤 양승태 대법원은 문 부장을 근무태도 관찰 대상으로 분류했다. 2015년 정기인사에서 사법 행정에 부담을 줬다며 문책하려 했지만 1년간 근무 태도를 지켜보자고 유보했다. 문 부장은 2016년 1월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됐고 2월 정기인사에서 문책당했다.

법관 인사 원칙상 '정치적 의사 표현' 또는 '언론 기고'는 불이익 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문 부장을 그의 1지망인 서울행정법원이 아닌 서울동부지법에 발령냈다. '인사상 불이익을 느끼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차장은 발령 뒤 당시 민중기 서울동부지방법원장에게 "과도할 정도로 언론에 기고·저술 활동이 많음, 특정 신문에서 연재 중인 소설(미스 함무라비)에서 마치 고등부장판사가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전형인 것처럼 묘사하여 사법부의 신뢰에 흠집이 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였음”이라며 문 부장에 대한 인사 정보를 전달했다.

검찰은 고(故) 노회찬 의원과 친분이 있었던 마은혁 부장판사도 2009년 판결을 근거로 6년 뒤인 2015년 문책성 인사를 당했다고 봤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마 부장판사가 노동 사건에서 근로자 편향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검찰은 노회찬 의원과 친분이 있었던 마은혁 부장판사에 대해 양승태 대법원이 6년 전 판결을 근거로 인사상 불이익을 가했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2018년 5월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여성당당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노회찬 의원과 친분이 있었던 마은혁 부장판사에 대해 양승태 대법원이 6년 전 판결을 근거로 인사상 불이익을 가했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2018년 5월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여성당당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마 부장은 평판사였던 2009년 11월 국회 점거농성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판결 전 마 부장은 노 전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에 후원금 30만원을 기부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마 부장은 당시 "부친상과 부인상을 잇따라 당했을 때 노 의원이 문상을 와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고 해명했다. 대법원 윤리실은 "징계할 사안은 아니다"고 판단했고 마 부장에게 법원장 구두경고가 내려졌다.

이후 대법원은 2012년 7월 마 부장의 판결에 대해 법리가 잘못 적용됐다며 "1심부터 다시 심리하라"고 파기환송했다.

모두 이용훈 전 대법원장 때의 일이었다. 하지만 양승태 대법원은 마 부장이 당시 '사법행정에 부담'을 줬다며 인사 최하위 그룹으로 분류했고 광주지방법원에 전보했다. 마 부장은 고향 연고지인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속초지원을 희망했었다.

임 전 차장은 이후 김주현 당시 광주지방법원장에게 마 부장을 “노동 사건에서 근로자 편향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고 외부인사와의 교류도 활발한 편이다"고 평가한 인사정보를 제공했다.   

검찰은 이와 같이 양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총 31명의 판사가 공정하지 않은 이유로 '물의야기 법관'에 올랐고 이중 8명이 실제 문책성 인사를 당했다며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혐의로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관 인사 원칙에 근거하지 않은 자의적 기준으로 인사 보복을 하여 판사들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침묵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지만 일각에선 법관의 인사를 총괄하는 양 전 대법원장의 인사권에 대해 "검찰이 지나치게 좁은 해석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제시한 이유만으로 법관들이 인사 불이익을 받았는지, 아니면 다른 평가 요소들이 함께 작용됐는지 모두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도 "인사권의 중요 요소 중 하나가 인사권자의 재량(裁量)"이라며 "어디까지가 권한이고 어디부터가 보복인지 나누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문책성 인사를 당했던 판사들이 속한 법원장에게 제공한 인사 정보를 모두 '부정적 인사정보'라 평가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부정적'에 대한 해석이 판단 주체에 따라 엇갈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단은 내달 열릴 재판에서 ▶특정 판사의 1지망 인사를 배제한 것이 대법원장 인사권에 포함되는지 ▶해당 판사들이 문책성 인사를 당했다고 볼만한 명백한 불이익을 받았는지 ▶검찰이 제시한 이유가 아닌 정량·정성적 평가에 의해 판사들의 인사가 이뤄진 것은 아닌지 등을 하나하나 따질 것으로 보인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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