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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세븐’아파트값 내년 또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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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서초·송파·양천구, 그리고 경기도 성남시·안양시 동안구·용인시. 청와대가 이른바 ‘버블 세븐’으로 지목하며 거품이 잔뜩 끼었다고 경고한 아파트 밀집지역이다. 과연 버블 세븐의 집값은 곧 잡힐까?

<월간중앙>은 세간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버블 세븐의 아파트값이 어떻게 될지 부동산 전문가 15명에게 물었다. 대답은 한결같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시적 하락이 있은 뒤 다시 반등한다”는 쪽에 표를 몰아줬다. 설문에 참가한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유망 투자지역을 찍어 줬다”는 비아냥마저 들린다.

■ 연말까지 2.6% 떨어진 뒤 내년 상반기 5% 이상 재상승
■ 현재 가격은 적정가 대비 14.3% 고평가
■ 평촌 신도시 평균 낙폭 4.98%로 가장 클 것
■ 분당 신도시는 하락률 0.1%에 불과해 하락세 미미

지난 3월 중순, 박 승 당시 한국은행 총재는 “강남 집값은 이제 대통령도 잡기 힘들다”는 말을 남기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그는 “집값을 잡을 수만 있다면 내 몸을 던져서라도 하겠지만 지금은 누가 해도 힘들다. 아주 (과감한) 개혁을 하지 않는 이상… 건설교통부 장관도, 총리도, 대통령도 잡기 힘들다”고 말했다. 노태우 정부시절 건설부 장관을 맡아 200만 가구 건설 프로젝트를 지휘하며 부동산 투기를 잠재운 주인공인 박 전 총재의 말에는 자괴감이 배 있었다.

그의 공식 임기가 끝나던 날인 지난 3월30일, 정부는 이른바 ‘3·30대책’이라고 불리는 또 한 번의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얼마 뒤에는 청와대가 직접 나섰다. 특정지역을 직접 거론하며 ‘버블 세븐’이라고 규정지었다. “거품이 많고 곧 터지니 조심하라”는 충고도 덧붙였다. 버블 세븐은 곧바로 부동산시장의 화두가 됐다. 전문가와 학자들 사이에서는 백가쟁명식 논란이 불붙었다.

<월간중앙>은 결론 없는 논쟁 대신 전문가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버블 세븐에 속하는 34개 아파트단지를 제시한 뒤 2006년 말과 2007년 6월의 예상가격을 직접 적도록 했다. 해당 아파트의 적정가격이 얼마라고 생각하는지 솔직히 답해 달라는 질문도 덧붙였다.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와 은행 PB팀 부동산 담당자, 그리고 부동산 관련 연구소 등의 전문가들이 대상이었다.

설문 결과는 이율배반적이었다. 전문가들은 버블 세븐 지역의 아파트값이 올해 말까지 평균 2.6%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 지역 아파트는 지금보다 평균 14.3% 내린 가격이 정상이라는 결론도 함께 얻었다. 하지만 2007년에 관해 물으면 대답이 달라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이 되면 버블 세븐 지역 아파트값이 하락을 멈추고 다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상승폭도 올 연말까지의 하락폭을 만회하고도 남을 만큼 크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세금·규제만으로는 아파트값 잡기 역부족

월간중앙 7월호 표지

연말까지 하락이 예상되는 버블 세븐 지역 중 낙폭이 가장 클 것으로 본 지역은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평촌 신도시)였다. 평촌 신도시는 평균 4.98%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분당 신도시는 하락률이 0.1%에 불과해 버블 세븐 중 가격 하락이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게다가 분당은 견본으로 제시한 5개의 아파트 단지 중 절반이 넘는 3개 단지가 오히려 연말까지 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견본으로 제시한 34개 아파트 단지 중 올해 말까지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 아파트는 분당 신도시의 3개 단지가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아파트값이 다시 꿈틀대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된 내년 상반기에 버블 세븐 지역에서 평균 5% 이상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말까지 예상되는 하락폭 2.6%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결국 정부의 부동산 억제책은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위력을 발휘한 뒤 내년에는 도루묵이 되고, 다시 떨어진 가격의 배 이상 값이 뛴다는 얘기다.

이런 예측과 별도로 과연 버블 세븐 지역 아파트들의 적정가격은 얼마라고 보는지를 물었다. 버블 여부를 떠나 전문가 입장에서 자신이라면 이 아파트를 얼마에 사는 것이 적당하다고 보는지 묻는 질문이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기로 제시한 모든 아파트가 지금보다 낮은 가격이 적정가격이라고 답했다. 객관적 근거보다 관념적 성격이 강한 질문이었지만, 응답자들은 한결같이 현재 가격은 너무 높다는 답을 내놨다.

설문에 참여한 고종완 Re멤버스 사장은 “전체적으로 올해 말까지는 현 시세에서 5% 정도 하락하는 반면, 2007년에는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6월까지는 현 시세 대비 5~6%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아파트의 적정가는 현 시세에서 5~10% 떨어진 가격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버블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분양가 공개나 공급 확대 등 근본적 대책 없이 세금과 규제만으로 아파트값을 묶어 두기는 역부족이라는 말이다.

어떻게 조사했나

두루뭉술한 질문과 답변을 배제하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아파트 단지를 선정해 2006년 말과 2007년 6월의 가격이 얼마가 될 것 같으냐고 직설적인 질문을 던졌다. 해당 아파트의 적정가격이 얼마라고 생각하는지도 함께 물었다. 설문에 제시한 아파트들은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문의해 단지 규모가 크고 해당 지역의 집값을 선도하는 단지로 정했다. 아파트의 현재가격은 호가와 매매가의 격차가 상당한 점을 감안해 국내 부동산 거래가격의 기준이 되는 국민은행의 일반거래가를 표본으로 삼았다. 하한가와 상한가는 반영하지 않았다. 적정가는 각 아파트를 잘 아는 전문가들인 만큼, 만일 자신이 구입한다면 얼마에 사는 것이 적당하다고 보는가를 주관적으로 적도록 했다.

설문에 참여해 주신 분들

고종완 Re멤버스 사장,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 길진홍 부동산뱅크 리서치팀장, 채훈식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 곽창석 부동산퍼스트 전무,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 김은경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 안명숙 우리은행 PB부동산팀장, 김일수 하나은행 부동산팀장,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 양용화 외환은행 PB부동산팀장, 박합수 국민은행 PB부동산팀장,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실장, 강민석 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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