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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 묶는다고 택시 문제 풀리나…새 기술과 동행, 해법 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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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아룬 순다라라잔 뉴욕대 교수는 ’의사를 공유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 미주중앙일보 기자]

아룬 순다라라잔 뉴욕대 교수는 ’의사를 공유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 미주중앙일보 기자]

“새로운 기술을 멈춰 세운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새로운 기술과 동행하면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공유경제 대가 순다라라잔 교수 #어느 도시나 택시 수급 불일치 #앱 기반 파트타임 기사가 해결책 #헬스케어도 유망 공유경제 분야 #등록한 의사가 방문 치료하는 방식

‘공유경제의 대가’로 불리는 아룬 순다라라잔 뉴욕대 경영대학원(스턴 스쿨) 교수는 최근 서울과 뉴욕에서 택시 기사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건을 두고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차량공유 서비스에 모든 비난을 쏟아부으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대 연구실에서 그를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저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공유 경제』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공유경제 분야 최고 권위자이다. 소셜미디어상에서의 ‘신뢰’를 연구하다가 공유경제의 미래상에 푹 빠졌다.

지금까지 소유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을 공유하면서 산다는 게 공유경제의 핵심이다. 그 결과 경제 주체가 대기업에서 소기업 또는 개인으로 옮겨가고, 한 기업에 정규직으로 고용되기보다 프리랜서로 일하게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유경제가 가장 활발한 분야가 숙박과 교통 서비스인데.
“숙박 분야에서는 에어비앤비가, 교통에서는 우버와 리프트 등 차량공유 서비스가 시장에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주택과 차량 모두 소유하려면 가격이 만만치 않으면서 이용 시간은 적기 때문에 공유하려는 수요가 더 컸다. 거래하는데 뒤따르는 불편함도 소유보다 공유를 택하게 했다. 점점 더 많은 영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차량공유 문제로 서울과 뉴욕에서 택시기사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매우 슬픈 소식이다. 하지만 이것을 공유경제 플랫폼 책임이라고 손가락질하면 안 된다. 뉴욕의 경우는 택시면허(메달리온) 가격이 100만 달러(약 11억원)까지 뛰었다가 급락하면서 기사들이 화난 것이다. 뉴욕시가 돈을 많이 내고 메달리온을 산 택시기사들에게 보상해야 했다. 문제 해결책은 새로운 기술을 멈춰 세우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로 인해 영향받는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게 뭔지 알아내서 그것을 공표하고, 동시에 새로운 기술의 도입도 허용해야 한다.”
서울에서는 출·퇴근 시간대 공급을 늘리기 위해 카풀 서비스를 도입하려다 택시기사들의 반발을 샀다.
“세계 어느 도시나 택시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정된 공급 모델은 불필요한 시간대에 과잉공급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앱에 기반을 둔 유연한 서비스로 파트타임 드라이버를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게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수요가 폭발하는 정도를 앱이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를 ‘보이지 않는 사회기반시설(Invisible Infrastructure)’이라고 부른다.”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 교수는 공유경제의 모든 수익은 플랫폼 회사가 가져간다고 주장하는데.
“라이시 교수에게는 어떤 상황을 설명해도 악마적인 자본주의 거대 기업이 모든 이익을 가져간다고 얘기할 것이다. 19세기 중반 노동자가 창출한 잉여물이 자본가에게 대거 옮겨가면서 마르크시즘이 나왔다. 난 공유경제가 부의 편중을 악화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유경제는 개개인의 능력을 배가시킨다. 에어비앤비는 개인 혼자서 하기 힘든 비즈니스 행위를 용이하게 해줬다. 우버와 리프트 등은 많은 소상공인을 배출했다. 우버와 리프트가 기업 공개(IPO)할 때 소속 드라이버들에게도 주식을 배정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공유경제 플랫폼을 통해 기회가 좀 더 평등하게 주어졌다고 본다.”
공유경제에 규제가 가해지면서 불법 서비스로 전락하는 경우가 있다.
“2012년께 에어비앤비와 우버 등에 대한 규제가 강하게 대두했다. 이젠 이들 업체가 너무 커져서 문을 닫게 할 수도 없다. 에어비앤비는 메리어트와 힐튼호텔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숙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제 플랫폼 기업은 규제가 비즈니스 전략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플랫폼 기업을 규제 대상보다는 해결책의 한 부분으로 봐야 한다고 규제 당국에 권고한다. 플랫폼은 대중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영국 런던에서 우버가 금지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사실을 우버가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몇몇 도시에서 에어비앤비 서비스가 불법인 이유는 호텔 로비 단체들이 훨씬 더 조직적이고 힘이 센 결과로 본다.”
미래 고용 형태가 프리랜서 위주로 바뀐다고 주장했다.
“한 기업에 정규직으로 고용되는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질 것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일본에 좋은 사례가 있다. 일본은 가장 활발한 프리랜서 플랫폼을 갖고 있다. 랜서스와 크라우드웍스 같은 플랫폼에는 각각 100만명의 프리랜서가 가입돼 있다. 회계와 홍보, 법률, 인사 등의 전문가를 필요할 때만 불러서 일을 맡긴다. 회사는 부담을 줄이고, 프리랜서는 여유 있는 스케줄이 가능하다.”
미래에 주목받을 공유경제 분야가 있다면.
“단연 헬스케어 분야다. 물론 심장 수술을 하는 의사는 병원에 있어야 하지만, 집에서 요리하다 손을 베었을 경우 등록된 의료인이 집을 방문해 꿰맬 수 있다. 병원 브랜드보다는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더 커야 가능하다. 물론 이 분야는 강력한 규제가 뒤따를 것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겪은 난항은 가벼워 보일 정도로. 의료인의 반발은 택시 기사를 뛰어넘을 것이다. 에너지 분야도 배터리 기술 발전 수준에 따라 공유경제가 비약적으로 커질 수 있다. 전기공급이 불안정한 신흥개발국에서 한 마을이 태양광 패널을 공동으로 설치하고 전기를 나눠쓰는 형태가 그 예이다. 부동산 중개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컴패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부동산 거래가 손쉽게 이뤄지고 있다.”

◆아룬 순다라라잔(48)

인도에서 태어나 인도공대(IIT)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미국으로 유학해 로체스터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실리콘밸리의 인터넷 소프트웨어 기업인 애프터마인드와 제록스에서 컨설턴트를 지내다 뉴욕대로 스카우트됐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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