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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나이 든 남자 앵커와 젊은 여성 앵커 구조 깨지지 않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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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본관.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본관.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2017년 ‘미디어에 의한 성차별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방송의 양성평등 제고를 위한 정책을 관련기관들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에게 방통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위) 위원, 공영방송사 이사 임명 시 특정 성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 개정과, 방송평가 항목에 양성평등 항목 신설 및 미디어다양성 조사항목 확대를 권고했다고 7일 밝혔다. 방통심위 위원장에게는 성평등특별위원회 설치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방송에서 차지하고 있는 여성의 위치를 알아보기 위해 드라마, 뉴스, 생활교양, 시사토크프로그램 등 장르별로 양적분석을 실시했다.

인권위는 TV 프로그램이 남녀 성 역할의 고정관념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분석 결과를 보면 뉴스의 경우 정치 관련은 남성앵커가 소개하는 비율(55.8%)이, 경제 관련은 여성앵커가 소개하는 비율(63.3%)이 높게 나타났다. 인권위는 “이는 우리 사회의 성별 고정관념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7개 채널 저녁종합뉴스 프로그램에서도 남성 앵커는 10명 중 9명이 40대 이상(87.7%)이었고 여성 앵커는 10명 중 8명이 30대 이하(80.0%)였다. 인권위는 높은 연령대 남성 앵커와 낮은 연령대 여성 앵커의 구조가 깨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취재기자 역시 전체 5309개 뉴스 아이템 중 남성기자가 64.3%에 달하는 3416개를 담당했고, 여성기자는 31.5%를 맡는 데 그쳤다. 여성기자가 평균보다 높은 비율을 담당한다 해도 그 분야는 문화(42.2%)·생활정보(38.5%) 등에 한정돼 있었다.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의 성차별도 두드러졌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8개 시사토크 프로그램 출연자 198명 가운데 남성 진행자 비율은 90%인 반면 여성은 21명으로 10%였다. 인권위는 “시사토크 진행자와 출연자가 주로 남성이라는 점은 정치적이거나 시사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는 주로 남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을 확대 재생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드라마의 경우 드라마 속 여성 등장인물 중 전문직 비율은 21.1%인데 비해 남성 등장인물 중 전문직 비율은 47.0%로 높았다. 일반직과 비정규직, 무직 등은 여성 등장인물 중 50.6%를 차지했고, 남성은 35% 뿐이었다. 또한 극중 남성은 주로 의사결정을 하는 위치이나 여성은 남성의 지시를 따르는 보조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인권위는 실태조사 결과와 현행 방송 제도 등을 검토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에게 방송정책 결정과정에 남녀가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방송사 스스로 양성평등 수준을 평가해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갈 수 있도록 방송평가 항목에 방송사 간부직 성별 비율 신설 ▶양성평등 실천 노력 추가 점수 부여 ▶방송 콘텐트 내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 재생산 방지와 양성평등 제고를 위해 미디어다양성 조사에 시사토크 장르 포함 ▶등장인물 성별에 따른 역할분석 등 정성적 평가 도입, 방송 콘텐트 제작자에 미디어다양성 조사결과 공유 등도 권고에 포함됐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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