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안희정 발목 잡은 결정타···'텔레그램'의 비밀 기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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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오른쪽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연합뉴스, 뉴스1]

지난 1일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오른쪽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연합뉴스, 뉴스1]

김경수 경남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재판에서 잇따라 법정 구속 된 데엔 텔레그램 대화 기록이 ‘스모킹건’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프로그래머가 개발하고 독일의 한 업체가 운영 중인 텔레그램은 화면을 복사하는 캡처(capture) 기능도 제한할 만큼 보안이 강화된 모바일 메신저다.

 7일 중앙일보가 김경수 지사와 안희정 전 지사의 판결문을 분석해 보니 ‘텔레그램’이라는 용어가 각각 171번과 41번 등장한다. 특히 김지사와 드루킹인 김모(50)씨가 나눈 비밀 대화방은 김 지사 법정구속의 결정적 증거로 작용했다고 한다. 댓글과 관련된 1대 1 대화가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로 징역 2년 선고로 이끈 스모킹건이 됐단 얘기다.

 특검팀 수사관계자는 “드루킹이 캡처도 되지 않는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을 다른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보존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가 직접 텔레그램을 이용해 비밀대화방을 이용해보니 화면 복사 기능을 누르자 ‘캡처할 수 없는 화면입니다’는 문구가 떴다. 텔레그램은 자체 프로그램으로 휴대전화가 이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막아 놨다.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캡처를 할 수 없고, 정한 시간대별로 대화 기록 자동 삭제가 가능하다. 김민상 기자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캡처를 할 수 없고, 정한 시간대별로 대화 기록 자동 삭제가 가능하다. 김민상 기자

 드루킹은 김 지사에게 텔레그램에 이어 보안 기능이 더욱 강화된 ‘시그널’이라는 모바일 메신저를 권유하기도 했다. 드루킹은 김 지사에게 텔레그램과 시그널을 사용해 ‘이재명 조직과 안철수 조직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온라인 정보보고와 ‘네이버에 굉장히 위험한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포털사이트 동향 보고 등을 보냈다.

 판결문에는 김 지사가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서 대화 기록을 삭제하자 드루킹은 2018년 2월 김 지사 측근에 “김 지사와의 관계는 이미 1년 4개월 이상 이어져 왔고 꼬리를 자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며 반발하는 장면도 담겼다. 텔레그램 대화방에서는 상대방이 대화를 삭제하면 ‘삭제했다’는 안내 문구가 뜬다.

 비밀대화방은 ‘1분’ ‘1시간’ 등 시간 단위를 설정한 대화방 ‘폭파’ 기능도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본인도, 상대방도 지나간 대화 기록을 확인할 수 없고 서버에도 남지 않는다. 이 때문에 최근엔 불륜 관계에서도 텔레그램이 이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희정 전 지사의 2심 판결문에도 ‘텔레그램’이라는 용어가 41번 등장한다. 판결문에는 ‘피해자는 수행업무를 하는 동안 피고인과 텔레그램의 일반 대화방과 비밀 대화방을 오가면서 대화를 하였고,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수시로 텔레그램 삭제했다’라는 문구도 나왔다. 안 전 지사는 피해자와 처음 성관계를 한 뒤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을 통해 계속해서 ‘미안하다’는 메시지 보냈다.

 재판에 제출된 증거에는 안 전 지사 측 정책특별보좌관인 심모씨가 제출한 ‘텔레그램 메시지 캡처 15장’이라는 표현도 있다. 텔레그램 일반 대화방에서는 캡처가 가능하다. 검찰이 텔레그램 메시지를 더 많이 확보했다면 1심 판결도 유죄가 나왔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텔레그램은 서버에 대화기록이 암호화돼 저장되는데다 외국 기업이 운영하기 때문에 사실상 압수수색도 불가능하다. 사용자가 대화방에서 기록을 삭제하지 않아야 증거로 남는다.

 지난해 3월부터 김지은씨를 변호해 온 정혜선 변호사는 “안 전 지사가 지난해 3월 영장실질심사 전에 오래 쓰던 휴대전화가 아닌 다른 전화기를 제출했다”며 “피해자에 삭제를 지시한 정황이 담긴 대화 등이 남아있었다면 1심 결과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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