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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여당 의원들, 김경수 지사 판결문 읽어보기나 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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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어제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법정구속한 판결에 대해 비판 여론이 굉장히 높다. 과연 제대로 된 재판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설 연휴 민심을 전달하겠다며 연 기자회견에서다. “사법개혁을 위해 국민이 사법부를 압박해야겠다”는 윤 총장의 말에 같이 있던 강훈식 전략기획위원장은 “증거가 없는 판결”이라고 거들었다. 지난달 30일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된 이후 여당 의원들은 1심 판결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송영길 의원은 “이번 판결은 판사의 경솔함과 오만, 무책임과 권한남용”이라고 비판했고, 박영선 의원은 “10명 중 6명이 보복성 판결이라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집권당이 사법부 판결에 불복하는 것은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이례적이다. 사법부와 여당의 대결 프레임은 민주주의와 법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앞으로 남은 3년의 집권 기간 동안 일반 서민들도 사법부 판결에 불복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재판장 개인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인신공격은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걱정스럽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가 대선 과정에서 여론을 조작하고 그 대가로 공직을 제공키로 한 혐의를 받게 됐다는 점에서 법원 판결은 국정 운영에 타격을 주게 됐다. 그렇다고 판결에 대한 논리적 비판은 뒤로 한 채 탄핵 운운하는 것은 이른바 ‘촛불정신’에도 어긋난 처사다.

170쪽에 이르는 판결문에는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어떻게 댓글 조작을 상의했는지 등이 자세히 언급돼 있다. 재판부 결정에 문제가 있다면 항소심에서 이를 배척할 수 있는 증거를 대고 법리적으로 다툼을 해야지 우격다짐식으로 재판부를 헐뜯는 충성경쟁을 해선 안 될 일이다. 판결에 대한 비판을 넘어 저주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내고 있는 이들은 판결문을 읽어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