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놓치면 정권 재창출 어렵다"…조국·윤건영 靑복심들 차출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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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롯해 부산 출신 청와대 인사들의 출마론이 꿈틀대고 있다. 내년 21대 총선에 대거 내보내 당선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달 30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면서 이런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앞줄 오른쪽)이 지난달 13일 오전 경남 창원 경남도청에서 열린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 보고회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와 대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앞줄 오른쪽)이 지난달 13일 오전 경남 창원 경남도청에서 열린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 보고회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와 대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도지사 공백 사태를 맞은 경남 등 PK(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정서가 특히 그렇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5일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는데도 320만 경남도민의 도정을 책임지는 현역 도지사를 법정구속시킨 것은 재판부가 정말 무책임한 것이다”며 “PK 민심이 오히려 요동치며 결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PK 발전을 이끌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을 비롯해 최대한 많은 분이 내년 총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중앙포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중앙포토]

여권에서 PK 벨트 출마 요구가 거센 인사는 부산 출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조 수석은 지난해 6ㆍ13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됐다. 당시 조 수석에게 출마를 강하게 권유했다는 한 인사는 “이번에는 100% 출마라고 보면 된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부산 출마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부에서도 “이번엔 조 수석이 정말로 등판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초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거쳐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점에서 현재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인 조 수석의 상징성은 적지 않다는 게 여당 내부의 인식이다. 더군다나 PK 출신 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향후 행보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조 수석 등판론은 더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은 부산 지역 의석 18석 가운데 6석을 차지하고 있다. 3선인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과 초선인 전재수ㆍ김해영ㆍ박재호ㆍ최인호ㆍ윤준호 의원 등이다. 내년 총선에서는 최소 과반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20대 총선에서 부산 해운대갑에 출마했던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내년 총선 출마 의지를 주변에 피력했다고 한다. 부산뿐만 아니라 울산과 경남에서도 적극적으로 후보를 내겠다는 움직임이 있다. 울산은 총 6석 가운데 초선인 이상헌 의원 1석, 경남은 전체 14석 가운데 재선인 민홍철 의원, 초선인 김정호ㆍ서형수 의원 등 3석이 민주당 소속이다.

여권이 PK 벨트를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것은 차기 대권의 승부처로 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9대 대선 때 부산에서 진보성향 후보로는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득표율 38.71%를 기록해 31.98%를 기록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10만 표 넘게 따돌렸다. 그런데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1~25일 전국 성인 2515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에서 황교안 전 총리가 21.2%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0월 1일 오후 여민관 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조국 민정수석(오른쪽)과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이야기를 나누며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10월 1일 오후 여민관 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조국 민정수석(오른쪽)과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이야기를 나누며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관을 지내고 국회에 입성한 한 여당 인사는 “서울ㆍ수도권과 호남에서 아무리 당선돼도 부ㆍ울ㆍ경을 확보 못 하면 정권 재창출은 어렵다”고 말했다. 조 수석뿐만 아니라 부산 출신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의 총선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이 19대 국회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를 지내던 시절 그를 가까이서 보좌한 측근 중의 측근이다. 윤 실장이 경기 부천에 거주하고 있어 해당 지역 출마설이 나오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부산 차출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영배 청와대 민정비서관. [중앙포토]

김영배 청와대 민정비서관. [중앙포토]

지난달 정책조정비서관에서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으로 이동한 김영배 비서관 역시 서울 출마와 함께 부산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부산 출신의 김 비서관은 2010~2018년 재선 서울 성북구청장을 지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직접 백원우 전 비서관 후임으로 낙점했다”며 “민정수석인 조 수석과 산하의 김 비서관이 나란히 부산 지역 총선에 출마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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