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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시』출간.....1800수 국역|개혁꿈꾸던 평민들의 저항시 "햇빚" 고전-현대 연결…국문학연구 길잡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5년여에 걸쳐 노년의열정을 쏟아넣은 이 전집은 고조선에서 조선말에 이르는 군왕과 사대부는 물론 무명시인과 기생까지를 포함, 8백93명1천8백여수의 방대한 분량의 작품을 수록한 한시분야 최초의 역저다.
모두 1천3백여쪽에 달하는 1권과 2권에는 7백74명 1천3백56수가 실렸고, 3백40쪽 부피의 3권은 여류만으로 꾸며 1백19명 3백50수가 수록됐다.
특히 실린 작품중 3분의 1가량이 개인문집등에 묻혀 있다 이번에 원문과 함께 초역, 소개돼 문학적·자료적 가치를 더해주고 있다.
한국문학사의 미발굴 보고로 남아있던 한국 한시에 대한 이번 김옹의노작에 대해 한문학자 이동환교수(고려대)는 『한국한시의 문학적 향취를 유려한 시어로 재창조했다는 대중적 성과외에도 우리 문화사의 뿌리로서 실재했던 한국 한문학 곧 고전문학을 현대문학과 연결한 점에서 커다란 문학사적 성과를이룩했다』고 평했다.
이교수는 또 『무엇보다 여든의 노령에도 아랑곳않는 학자적 자세와 정열에 후학으로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한국한시』1권은 고조선·고구려·신라편과 고려편, 그리고 조선편 일부로 꾸며졌다.
최고의 한시 여옥의「공후인」과 신라 최치원의「가을밤 빗소리에」등과 함께 고려시대 일급의 시명 정지상 김극기 이인노 이규보 이곡 정몽주등의 시편, 또한 조선조 초기의 묵객 정도전 변중양 권우등의 절구가 담겨있다.
2권에는 이명한 장유기 김효일 정두경 남유상 이현석등 조선조 제일의 서정시인들의 절창들이 펼쳐진다.
특히 1,2권 공히 이들 잘 알려진 시객들 외에 무명시인들의 시편들이 많이 발굴 소개되어관심을 끈다.
이름없는 평민신분으로 봉건시대를 살아갔던 이들 위항시인들은 대개 정한을 노래한 명문 세도가나 사대부와는 달리 현실에 대한 강한 비판과 외세에 대한 저항의식을 시로써 담아내 당시 새 사회를 꿈꾸던 그들의 소망을 숨김없이 드러내고있다.
여류시편인 3권은 사대부들의 시가 담을수없는 독특한 세계를 보여준다. 이들은 남존여비의 봉건적 사회를 배경으로 은근한 기다림 속에서 여성적인 한을 노래하는가 하면 활달하고 거침없는 애정을 노래하기도 하고 이상적인 세계를 동경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사랑을 노래해도 송씨·박씨·정문영의 아내등 양가의 내자들은 조심스러운 표현으로 내밀한 정을 보이는데 반해 일지홍·죽향·옥단·전주기생등 기생들은 주로 실연을 소재로 노골적인 묘사를 서슴지 않고있다는점이다.
「대동시선」「동문선」을 필두로한 각종 문집을 토대로 수집, 번역한 이번『한국한시』전집은 김옹이 지난85년 펴낸『한국선시』와 87년 간행한 『현대한국선시』의 맥을 잇고 있어 이로써 한국인이 쓴 옛한시는 김옹에 의해 모두 국역된 셈이다.
『한국선시』는 신라·고려·조선시대 38명 고승들의 선시 7백여편을 실었고 『현대한국선시』는 조선말기 경허스님을 비롯하여 용성·영호·만공등 9명의 선시 3백70편을 담고 있다.
김옹은 최근 병석에서 선시로는 가장 고전적인 작품으로 알려진 중국의 고승「한산」의 시 3백60여수를 번역하고 있다.
1907년 경남창원에서 태어난 김옹은 29년 「문예공론」에 『잡영』등 수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고 금강산 유호사에서의 승려생활을 거친후 62년부터 20여년간 동국대 동국역경원에서 번역사업에 몰두해왔다.
그동안 54년『손오병서』를 시작으로『고문진보』『법구경』 『장자』 『허응당집』 『당시전서』『불타차리타』등 수많은 번역서를 간행했고『큰 연꽃 한송이 피기까지』『올빼미의 노래』『샘물속의 바다가』등의 시집을 상재했다. < 이혜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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