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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모두 통일준비 안돼있다|서울대 사회과학연 남북현실 및 통일정책 세미나|"강대국 의존 안될말…스스로 풀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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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소장 최명)는「남북한의 대내외 환경과 통일정책」학술회의를 29일오후 서울대 문화관 세미나실에서 열고 앞으로 전개돼야 할 바람직한 통일운동의 방향을 모색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대표적인 북한문제전문가라고 할수 있는 서대숙(미하와이대) 양성철(경희대)교수, 김남식씨 (북한문제전문가)와 김익희씨(서울대박사과정 수료·정치학)의 주제 발표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대숙교수는「북한의 현실과 통일정책」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 40년간의 통일운동은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실패의 이유로 통일정책을 최우선시 하는 북한도 당은 김정일이 장악하고 있으나 군사·대남정책은 완고한 김일성이 여전히 전권을 가지고 있는등 실질적으로는 통일에 대한 준비가 안돼 있는 점을 들었다.
이밖에도 남한의 경제정책이 우월주의에 입각해 북한의 후진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남북위정자들이 말로는 평화를 제창하면서도 실제로는 군비확장에 주력하는 점등이 지적됐다.
서교수는 주변국가가 한국의 통일에 별로 관심이 없는만큼 미소에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는 통일을 가져올 수없다며 통일은 당사자간에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양성철교수는 「남북한통일과업의 10대모순」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통일논의가 구체성·실체성·현실성·객관성을 갖기 위해서는「통일」이라는 실재하지 않는 이상을 놓고 논의하는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역설적으로 통일논의는 「분단논의」여야하며 실재하는 실체로서의 분단상황을 구체적이고 심층적으로 연구할때만 현실성과 객관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김익희씨는「젊은 세대의 시각에서 본 남북한통일정책-대학생들의 통일논의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발표에서 『학생들은 한반도의 분단과 이의 고착 과정을 외세, 특히 미국제국주의의 침략과 식민지정책에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에 예속돼 민중을 억압하는 현정권은 통일의 실질적 주체가 될수 없는 것으로보고 통일에 앞서 한국사회의 민주변혁을 도모함으로써 민중을 동력으로 하는 통일을 추진하는 현상타파적 접근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통일논의에 있어서 특정한 선험적 전제나 비타협성은 통일논의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서도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온 한상진교수(서울대·사회학)는『남한의 민중지향적인 통일론과 사회변혁론도 많은문제점이 있지만 역사발전의 에너지임을 감안한다면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할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회의를 참관한 많은 학생들은 주로 서대숙·양성철교수를 겨냥해 『급격히 변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특수한 상황과 통일론의 연관관계를 해명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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