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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돌연한 「고향방문단」제의 속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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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측이 지난달 31일 느닷없이 대남 서한을 통해 제2차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 교환을 제의해 옴에 따라 1천만 이산가족과 친북 재야집단에 묘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북한적십자회 중앙위원회위원장 손성필은 김상협 한적 총재에게 보낸 서한에서 『조국해방 44돌이 되는 오는 8월15일 제2차 고향방문단을 교환하기 위해 오는 16일 판문점에서 쌍방 2∼3명이 참가하는 적십자 실무대표 접촉을 갖자』고 제의해 왔다.
이에 대해 대한적섭자사 측은 『신중히 검토, 가까운 시일 안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즉답을 유보하고 있는 것은 북측의 의도와 전략이 너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손성필은 서한에서 이번 제의가 허담(조통위원장)과 문익환 목사간의 합의성과라고 밝혀 인도적 차원에서 이미 수 차례 제의한 우리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려 하고 있다.
우리측은 지난 85년 9월 제1차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의 상호교환 이후 지난 85년12월 제10차 남북 적십자회담과 지난해 7월 고향방문단 교환재개를 거듭 촉구해 왔었다.
김상협 총재는 지난해 9월 고향방문단 교환 3주년을 맞아 남북 이산가족의 서신 교환을 제의하기도 했다.
북한측은 그때마다 「시기가 적절치 않다」 「교통수단에 비행기도 포함시키자」 「가족 외에 친구도 고향방문단에 포함하자」는 등의 이유를 들어 우리측 제의를 사실상 거부해왔다.
북한측은 더구나 지난 4월 문 목사 방북사건 이후 남북고위당국자회담 예비회담과 남북체육회담 등을 일방적으로 7월로 연기해버렸다.
이런 북한측이 고향방문단 교류재개를 갑자기 제의한 것은 평양축전을 눈앞에 두고 남북대화를 재개함으로써 국제사회에 평화 제스처를 취할 필요가 있으며 남한 내부에 자신들에 호응하는 세력을 부추기려는 의도를 감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31일 북한측은 전화통지문에서 전대협·전청협·남북 대학생교류추진위원회 등에 보내는 평양축전 관련 서한을 세계민주청년연맹 대표·나미비아 대표·라틴미주대륙 대학생기구대표·조선준비위 대표 등 4명의 대표를 통해 판문점에서 전달하겠다고 밝혀 우리 대학생의 평양축전 참가문제를 국제문제화시키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북측의 고향방문단 교환제의를 우리측이 거부한다면 『인도주의적 사업을 남측에서 반대했다』고 국제사회에서 떠들어댈 것이며 수락하면 『남북한간 평화무드가 조성되고 있다』고 선전, 평양축전에 보다 많은 참석자와 동조자를 얻어내려는 의도라고 북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고향방문과 문목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8·l5교류에 응하거나 실무접촉을 오는 16일이 아닌 평양축전 이후로 미루고 교환시기를 오는 9월로 잡자고 제의하는 등 긍정적 대응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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