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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화재사건 분석해보니… 설날 하루 전날이 더 불탔다

중앙일보

입력

A씨(52)는 지난해 설 연휴만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하다. 설날인 지난해 2월 16일 오후 가족들을 데리고 성묘를 하러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선산을 방문했을 때였다. 먼저 향초를 피우고 차례상을 차리는데 어디선가 탄 내가 났다. 향초가 잔디밭으로 떨어진 것이다.
놀란 A씨 가족이 불을 끄려고 들고 있던 물을 뿌렸지만 건조한 날씨 탓에 불길은 순식간에 번졌다.
결국 출동한 119에 의해 불은 한 시간 만에꺼졌지만, 산의 330㎡가 탔다.

설 연휴였던 지난해 경기도 평택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사진 송탄소방서]

설 연휴였던 지난해 경기도 평택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사진 송탄소방서]

화재는 명절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 3년간 설 명절 연휴 기간 경기도에서 발생한 화재만 492건에 달했다. 화재 원인도 담뱃불 등 부주의로 인한 것이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3일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16~2018년 설 연휴 기간(평균 4일) 도내에서 발생한 화재는 모두 492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35건, 한 해 평균 164건의 불이 난 셈이다. 이로 인해 3명이 사망하는 등 22명의 사상자가 났고 76억83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 3년간 설 연휴 화재사건 492건 분석 #명절보다 하루 전(130건), 명절 다음날(122건) 주로 발생 #담뱃불, 쓰레기 소각 등 부주의 화재가 많아

연휴 기간 중 불이 가장 많이 난 날은 설 명절 당일(84건, 17.1%)이 아니었다. 명절 전날(130건, 26.4%)과 명절 다음날(122건, 24.8%)이 더 많이 발생했다. 명절 이틀 뒤도 115건의 불이 났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명절 기간에는 음식 장만이나 난방 등을 위해 평소보다 불은 물론 에너지도 많이 사용한다"며 "여기에 들뜬 명절 분위기 등으로 자칫 불이 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설날인 지난해 2월 16일 남양주 주택 화재 현장 모습. [사진 남양주소방서]

설날인 지난해 2월 16일 남양주 주택 화재 현장 모습. [사진 남양주소방서]

불이 난 곳은 집 등 주거시설이 109건(22.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임야(80건, 16.3%), 공장·창고·작업장(58건, 11.8%), 자동차(34건, 6.9%), 판매업무시설(21건, 4.3%) 등이었다.
화재 원인으로는 부주의가 286건으로 절반 이상(58.1%)을 차지했다. 전기적 요인(93건), 기계 문제(60건) 등이 뒤를 이었다. 방화는 겨우 5건에 불과했다.

부주의로 인한 화재는 담배꽁초가 78건으로 가장 많았고 쓰레기소각(68건), 화재 요인 방치(51건), 논·임야 태우기(24건) 등이었다.
설날이던 지난해 2월 16일 남양주시의 한 주택가에선 "10살 된 아들이 혼자 집에 있는데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웃의 도움으로 아이는 무사히 구조됐다.
불이 난 곳은 2층 발코니였다. 누군가 버린 담배꽁초가 원인이었다.
같은 날 이천시의 한 주택가 공터에선 B씨(67·여)가 쓰레기와 가지치기한 나무를 태우던 중 불이 인근 언덕으로 번지면서 나무 10그루가 탔다.

설 연휴였던 지난해 2월 16일 이천시의 한 비닐하우스 화재 현장. [사진 이천소방서]

설 연휴였던 지난해 2월 16일 이천시의 한 비닐하우스 화재 현장. [사진 이천소방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설 연휴 기간은 대부분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기 때문에 담뱃불이나 향초 등 작은 불씨가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집 안에도 소화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을 갖추고 장거리 운행으로 인한 과열로 차량 화재도 자주 발생하는 만큼 차량 운행 전 점검·정비를 꼭 받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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