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풀리지 않는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검찰이 이철규군의 사인을 실족 익사라고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행적 ▲식사장소 ▲음주장소 ▲현금 2O만원의 출처 등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해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3시간의 행적>
이군이 검문당했던 3일밤 8시쯤 몇사람을 만난 후 실종될때까지의 행적은 상세히 밝혀진 반면 이날 오후 5시10분쯤 이군의 후배 정모씨를 만나 자장면을 먹고 헤어진 후부터 8시까지의 행적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의문의 3시간에 가까운 시간은 이군의 사망시기와 원인을 추정하는데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으나 검찰은 밝혀내지 못했다.
이 3시간의 행적 추적은 이군의 위에서 나온 밥알과 알콜농도를 입증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밝혀야 한다.

<위 속에서 발견된 밥알>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이군의 위에서 밥알과 콩나물 등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군이 3일 오후 5시10분쯤 자장면을 먹고난 후 식사를 또 했을리 없는데도 이군의 위에서 자장면이 아닌 밥알이 나왔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명쾌히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과학수사연구소는 이 밥알은 사망 2∼3시간 전에 섭취한 것이라고 분석, 이날 오후5시 이후 행적이 더욱 궁금하게됐다.

<알콜농도>
이군의 위에서 확인한 알콜농도 0.08%는 2홉들이 소주 1병에 가까운 양이나 이날 술을 마신 사실이 입증되지 않고 있다.
이군이 택시타기 전까지 함께 있었던 이모양(23) 등에 따르면 『함께 술을 마시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얼굴과 말에서 술 마신 흔적을 전혀 찾아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주변사람들에 따르면 이군은 평소 술을 못해 맥주1컵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져 낮술을 꺼려왔다는 것이다.

<2O만원의 출처>
이군이 변사체로 발견된 후 5일만인 1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느닷없이 이군의 바지 뒤 호주머니에서 20만원이 든 봉투를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이군의 사체는 경찰과 검찰이 수차례 확인했고 처음 발견된 날 광주북부경찰서 형사들과 수사과장·경찰서장·담당검사가 입회, 이모형사가 몸을 뒤졌는데도 돈봉투를 발견하지 못했었다.
경찰은 뒤왼쪽 호주머니를 만져 딱딱한 물체가 있음을 알고 면도칼로 호주머니를 째고 꺼내기까지 하면서도 옆에 있는 오른쪽 호주머니에서 20만원이 든 봉투를 찾지 못한데다 수사과정에서 이돈의 출처를 밝혀내지 못해 의혹을 가중시키고 있다.

<도주로>
이군이 산에서 내려와 노출된 길을 건너야하고 6마리의 개가 있는 관리소부근을 지나 최초 검문지점과 가까운 곳으로 달아나려 했다는 것은 범죄심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게 대책위측의 주장이다.
관리소측 사람들도 이군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 3일밤 개가 짖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번복된 진술>
청원경찰 이모씨(37)는 처음에는 다리목에서 「어프」「아악」또는 가물치가 튀는 듯한 매우 기분 나쁜 소리를 들었다고 했으나 마지막 현장검증에서는 경찰 봉고차속을 향해 『어이 어이 사람이 죽었어 빨리 가라』는 단정적인 말을 했다.
또한 검문받던 곳에서 왼쪽으로 5m지점에『2대의 검정승용차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고 『산속 도주로 입구에서 택시를 세워놓고 있을때 맞은편에서 검정색승용차 1대가 지나갔다』고 새로운 사실을 진술했다.

<대책위주장>
이군은 수사요원들에 의해 붙잡혀 고문을 당한 뒤 저수지에 버려졌다고 추정하고있다.
대책위는 이군 사체의 오른손목에 선명히 드러난 백색띠 모양의 흔적에 대해 포승줄이나 수갑에 묶인 채 고문당한 증거라고 주장.
대책위는 이와 함께 경위 등 1개조 수사반이 한밤중 택시강도 단속을 나선 점등을 들어 이군은 3일밤 사망한 것이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 밥과 술을 먹으며 「민주조선」사건과 관련, 진술을 강요받다가 고문을 당해 숨지자 익사로 위장됐을 것이라고 주장하고있다.【광주=위성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