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어머니가 가슴에 쓴 조울증 아들 투쟁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빛나던 나날

다니엘 스틸 지음, 이윤섭 옮김
창해, 412쪽, 1만2000원

아들 닉은 생후 7개월부터 말을 시작했다. 영어와 스페인어를 시작한 닉은 발육까지 좋아 부모는 "아들이 천재가 아닐까"싶었다. 문제는 잠을 너무 적게 잤다. 그것이 조울증 초기 증상임을 알아채지 못했지만, 이후 전형적인 조울증세를 드러냈다. 충동 조절능력 부족으로 위험천만한 일을 자주 일으키거나, 지나치게 반항적인데다가 핏빛 그림만 그려댔다. 10대 초반 약물 복용을 시작하고 지나치게 섹스에 탐닉했으며, 학교 퇴학까지 맞았다. 세 번의 자살 기도도 있었다. 이 책은 닉의 어머니이자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다니엘 스틸이가 쓴 19년의 기록. 명성을 가지고도 무력했던 어머니의 글은 가족사의 차원을 넘어선다. "힘든 삶이었지만, 아들은 운명과 맞서 싸운 삶의 승리자"라는 메시지가 배어있기 때문이다. 현대인이 걸리기 쉬운 '문명의 병'인 조울증에 대한 인식도 환기시켜준다.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닉이 남겼던 일기와 어머니의 내면은 절제된 표현 때문에 울림이 크다. 미국에서 소아 우울증에 대한 인식을 크게 높였다고 한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