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애인 구해요’ 채팅앱 보고 모텔 갔다 중학생한테 맞고 돈 뺏긴 3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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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에서 강도를 당했어요.”

지난 27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모텔에서 한 남성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이 출동해 신고자 A씨(23)를 만났다. A씨는 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 무리에게 폭행을 당해 얼굴이 빨갛게 부어있었고, 카드를 빼앗긴 상태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같은 모텔 다른 층에서 또 다른 남성 B씨(37)도 청소년 무리에게 현금 10만원과 휴대전화를 빼앗긴 것이다. 남성들은 출동한 경찰에 ”온몸을 맞았다“고 말했다.

앱으로 모텔로 부른 뒤 따라 들어와 폭행

신고가 접수되기 약 3시간 전인 27일 오전 7시 20분쯤, 해당 모텔에는 술에 취한 여성 청소년이 투숙했다. 잠시 뒤 남성 청소년 3명도 다른 층에 방을 잡았다. 이들은 3층과 5층의 방에 각각 15살 여성 청소년 1명씩만 남겨두고 방 바깥으로 나왔다. 사전에 랜덤 채팅 앱 ‘앙챗’을 이용해 A씨와 B씨를 모텔로 불러놓은 상태였다. 오전 10시, 채팅 앱을 보고 여성을 만나러 온 A씨와 B씨가 각각 방으로 들어가자 문이 열린 틈을 타 청소년 여러 명이 달려들었다.

성별·나이 등을 자유롭게 입력할 수 있는 채팅 앱에 '만남'을 주제로 한 채팅방이 여러개 개설돼 있다. 기자가 성별을 여성으로 입력하자 만나자는 채팅이 여러개 날라왔다. 김정민 기자

성별·나이 등을 자유롭게 입력할 수 있는 채팅 앱에 '만남'을 주제로 한 채팅방이 여러개 개설돼 있다. 기자가 성별을 여성으로 입력하자 만나자는 채팅이 여러개 날라왔다. 김정민 기자

이들이 사용한 앱 ‘앙챗’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정책상 만 17세 이상이면 누구나 설치할 수 있는 채팅 앱이다. 앱을 설치하기만 하면 본인인증 절차가 따로 없다. 그래서 별명, 나이, 성별, 주제를 자유자재로 정해 채팅을 시작할 수 있다. ‘지금 만날래요’, ‘애인 구해요’ 등의 카테고리에서 주제를 정해 채팅하는 식이다.

기자가 성별을 ‘여성’으로 설정하고 해당 앱에 가입하자 1분도 안 돼 ‘만나자’는 요청이 무더기로 쌓였다. 경찰은 이 대화방들이 조건만남이나 성매매 등에 악용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8월에는 미성년자들이 이 앱을 이용해 성매매를 시도하려는 40대 남성을 모텔 방으로 유인했다가 되레 성폭행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피해자로 신고했지만…경찰, 성매매 정황 등 조사

서울 관악경찰서는 폭행 등의 혐의로 남·여 청소년 7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이들은 경찰에 자신을 만 13세부터 만 16세라고 진술했다.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만 14세 미만 청소년은 입건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이 여기에 해당하는지 등은 진술만으로 알 수 없다.”며 “서류를 떼서 면밀히 따져본 뒤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고자 A씨는 "폭행당했다"며 피해자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A씨와 B씨에 대한 조사도 이어 갈 계획이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성매매를 목적으로 모텔로 간 것인지, 또 사전에 상대 여성이 미성년자임을 알고 접근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김정민·이수정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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