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박원순표 공공주택’…강남 이어 서초도 난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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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시가 추진하는 개발 사업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강남구 공공주택 건립과 을지로 재정비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서초구청사 개발 계획을 내놓자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서초구도 모르는 사업이 공개됐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 ‘일방통행 행정’ 곳곳 파열음 #SH·LH 서초구청사 부지 등 활용해 #청사·공공임대주택 건설 발표하자 #서초구 “나도 모르는 일이다” 발끈 #강남 서울의료원 부지도 반대 청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SH공사는 2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공동으로 서초구청 신청사 위탁 개발 사업에 본격 나선다고 발표했다. 서울 서초동의 서초구청 부지에 6000억원을 들여 지하 6층, 지상 33·39층짜리 2개 동 연면적 20만㎡ 규모로 공공청사 복합시설을 조성하는 계획이다. 두 회사는 이번 개발 프로젝트의 공동 수탁 사업자다. 구청사·의회 등 공공시설과 도서관·어린이집 같은 편의시설, 영화관·오피스텔 등이 들어선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력히 추진하는 청년·신혼부부용 공공임대주택(39층 예정)도 포함될 예정이다. 사업 타당성 검토, 투자 심사 등 행정절차를 거쳐 2026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SH공사가 이날 복합청사 개발안을 발표하자 조은희 구청장이 발끈했다. 조 구청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제 막 (신청사 개발을 위해) 서초구민의 의견을 듣기 시작했는데 구청장도 모르는 사이에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개발계획이 사실인양 공개돼 당황스럽다. 전면 취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청사 개발은 우리가 4년간 정성을 들여온 사업인데 (자유한국당 소속 구청장이) 혼자 남았다고 이렇게 무시해도 되느냐”고 토로했다. 조 구청장은 25개 서울 구청장 중 유일한 한국당 소속이다.

조 구청장은 서울시의 ‘일방통행식 행정’을 비판했다. 조 구청장은 “(신청사 개발은) 2~3년 전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입지규제 최소구역으로 지정돼 층수나 용도 등에서 규제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서울시가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지구단위계획(특별개발계획)으로 지정하면서 서울시 산하기관인 SH공사가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SH공사가 제시한 개발계획에 대해서도 “서울시와는 논의하면서 구청과는 전혀 소통이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임대주택 건립엔 반대 의사를 밝혔다. 조 구청장은 “왜 청년 임대주택을 확정했다는 식으로 발표했는지 모르겠다. 주민들 사이에선 키즈카페나 노인요양소·쇼핑센터를 지어달라는 의견도 있다”며 “청년을 위한 시설을 넣을 수 있지만, 창업센터가 될 수도 있고 다른 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물 규모에 대해서도 “연면적 20만㎡ 규모라는 거 말고는 정해진 게 없다. 지상 50층으로 올릴 수도, 더 높이 올릴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세용 SH공사 사장은 “28일 공개된 계획안은 서울시와 서초구가 정한 지구단위계획을 충실하게 반영해서 만든 방안”이라며 “서초구와 협의가 없었던 건 맞지만 추후 서초구와 논의를 통해 (임대주택 등) 청사 내 시설은 얼마든지 대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정성국 서울시 시설계획과장은 “토주 소유권이 서초구에 있어 서초구청이 중심이 되는 일”이라며 “구청사 안에 임대주택을 건축하는 등의 세부적인 내용을 SH공사한테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 공공임대주택 사업도 반대에 부닥쳤다. 서울시가 지난해 말 강남구 삼성동의 서울의료원 주차장 부지와 대치동 동부도로사업소 부지에 공공주택 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다.

지난 25일 이석주(자유한국당)·최영주(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과 강남구 주민 대표 등 5명이 공공주택 반대 지역주민 청원서를 서울시에 제출한 상태다. 주민들은 “(삼성동 부지는)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선정돼 있는데 느닷없이 공공주택을 짓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기획관은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상재·박형수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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