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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도 감탄한 대전 칼국수···인사말도 "칼국수 하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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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대전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칼국숫집에서 지역 경제인들과 점심을 먹었다. 문 대통령이 찾은 곳은 대전시 중구 대흥동 '스마일칼국수'이다.
이곳에서 문 대통령은 손칼국수와 김밥, 수육 등으로 식사를 했다. 문 대통령은 뜨끈한 국물에 쑥갓이 듬뿍 담긴 칼국수를 맛보고는 “맛있다”를 연발했다. 문 대통령과 함께 식사한 허태정 시장은 “대통령께서 칼국수 한 그릇을 거의 다 드셨다”고 전했다.

24일 대전 찾은 문 대통령 스마일칼국수집서 경제인과 식사 #대전은 칼국숫집만 1700여곳, 영업 50년 넘은 곳도 상당수 #대전시 '2019대전방문'의 해 맞아 대표음식 관광상품 만들기 #철도 거점인 대전에 구호물자인 밀가루 보급이 칼국수 붐 계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대전시 중구 대흥동 스마일칼국숫집에서 대전지역 경제인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대전시 중구 대흥동 스마일칼국숫집에서 대전지역 경제인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문 대통령은 또 허 시장에게 “대전은 왜 칼국수가 유명합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식사를 마친 뒤 식당 주방에 들러 직원들에게 “정말 맛있게 먹었다. 고맙다”고 인사했다.

대전시 중구 대흥동 스마일칼국수의 주 메뉴인 칼국수와 김밥.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 중구 대흥동 스마일칼국수의 주 메뉴인 칼국수와 김밥. 프리랜서 김성태

문 대통령이 찾은 스마일칼국수는 2015년 ‘백종원 3대 천왕 맛집’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저렴한 가격에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대전 시민이 즐겨 찾는 맛집 중 하나다. 올해로 28년째 영업중인 이곳은 밴댕이 육수를 쓰는 게 특징이다. 여기에 들깻가루를 많이 올리고 계절에 따라 부추나 쑥갓을 올린다.

칼국수 축제에서 칼국수 요리 경연대회가 열렸다. [사진 대전 중구청]

칼국수 축제에서 칼국수 요리 경연대회가 열렸다. [사진 대전 중구청]

칼국숫집이 오찬 장소로 결정된 것은 대전시의 제안때문이었다. 대전시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대전방문의 해’로 정하고 1000만명의 관광객을 맞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야시장 운영 등)이 다른 지자체와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래서 대전시는 지역 대표 음식인 칼국수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통 마케팅’을 통해 ‘대전방문의 해’를 홍보하겠다는 생각이다.

대전시 중구 대흥동 스마일칼국숫집. 김성태 프리랜서

대전시 중구 대흥동 스마일칼국숫집. 김성태 프리랜서

칼국수는 대전의 대표 음식이라 할만하다.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에서 칼국수를 파는 음식점은 1700여 곳에 이른다. 50년 이상 역사를 가진 칼국숫집도 상당수다. 대전시 관계자는 “다른 도시에 비해 칼국수 취급 음식점 비율이 꽤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에서는 칼국수 축제까지 열린다. 대전사람들은 만나면 "칼국수나 한 그릇 하시죠"라는 인사말을 할 정도다.

고추가루를 많이 넣어 맵게 만든 얼큰이 칼국수 [사진 대전 중구청]

고추가루를 많이 넣어 맵게 만든 얼큰이 칼국수 [사진 대전 중구청]

칼국수는 한국의 전통음식은 아니라고 한다. 칼국수가 우리 식탁에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 이후부터라는 게 정설이다. 전쟁으로 먹을거리가 부족할 때 미국에서 밀가루가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수제비처럼 식탁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전에서 칼국수가 자리 잡게 된 데는 몇 가지 설이 있다. 가장 먼저 지리적 특성을 꼽는다. 호남선과 경부선 철도가 만나는 철도운송의 중요 거점이 된 대전역이 구호물자의 집산지 역할을 했다. 60〜70년대 대규모 간척사업 등 굵직한 국가산업에 동원된 근로자에게 노임으로 돈 대신 밀가루를 지급하게 되면서 대전은 밀가루 유통의 거점이 됐다.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교수는 “1960년대 초 대전역 주변에 칼국수 집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대전의 대표 음식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또 칼국수는 대전을 비롯한 충청도 기질과 잘 맞는 음식이라고 한다. 수더분한 성격의 충청인에게 비교적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칼국수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1961년 문을 연 대전역 앞 신도칼국수 박종배 대표는 “우리 업소에만 하루 500명이 찾는다”며 “대전에서 칼국숫집을 열면 쉽게 망하지는 않는다는 얘기까지 있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칼국수를 먹고 있다. [중앙포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칼국수를 먹고 있다. [중앙포토]

충남대 식품영양학과 육홍선(50) 교수는 “음식문화가 발달한 전라도와 달리 먹을거리가 빈약한 충청도에서는 격식을 차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칼국수가 사랑받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에는 칼국수 종류도 20여 가지나 있다. 사골 국물에 끓여 내놓는 일반 칼국수를 비롯한 매운 고춧가루를 풀어 만든 ‘얼큰이 칼국수’, 두부 두루치기에 비벼 먹는 칼국수, 우리밀 칼국수, 팥 칼국수, 어죽칼국수 등이 있다. 대부분 칼국수 가격도 4000〜5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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