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재판받는 의원 왜 법사위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형사재판에 계류 중인 박성범(무소속).김명주(한나라당) 의원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배정을 놓고 법원과 검찰 측이 반발하고 있다.

법사위가 법원.검찰과 관련된 법률안들을 심의할 경우 법원.검찰이 두 의원의 눈치를 보게 되고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법원 행정처 관계자는 21일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이 법원 관련 법안을 심의하는 법사위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상식에 벗어난 일"이라며 "재판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심적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는 "가을에 있을 국정감사에서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간부들이 감사 증언대에 서야 하는데 비리로 기소된 의원의 질문을 받아야 한다니 아이러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는 법원의 조직 개편 및 법관 신분에 관한 20여 건의 법률안이 올려져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공직부패수사처 신설 ▶검찰의 수사 독립 강화 등의 법률안도 심의 중이다. 이들 법률안은 법원과 검찰의 위상 및 권한을 규정하는 데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박 의원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故) 성낙합(3월 사망) 전 서울 중구청장의 인척 장모(59.여.구속)씨에게서 "성씨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게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명품 모피코트 등 1400여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 의원은 경남 고성군수 출마 희망자에게서 사무실 전세보증금 2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법원에서 정식재판에 회부된 상태다.

박 의원은 "모든 법안이 모이는 법사위에서 공부도 하려는 생각에 지망했다"며 "내 사건과 관련해 상임위 관련 부처에 부담을 안 주는 정도의 양식은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법사위를 지망하지 않았지만 당에서 판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맡아 달라고 요청해 와 받아들인 것"이라며 "1, 2지망에 농림해양수산위를 썼고 3지망에 문화관광위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두 의원의 법사위 배정은 개정된 국회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 국회법(제40조 2)은 '상임위원은 소관 상임위원회의 직무와 관련한 영리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6대 국회 법사위에서 활동한 한 변호사는 "형사재판을 받는 것 역시 법사위의 직무와 관련된 것"이라면서 "국회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주안.문병주 기자

◆ 법사위=법률안의 심사와 법무부.법원 사법 행정 등에 관한 사항을 다루는 상임위원회로 15명(열린우리당 8.한나라당 6.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된다. 이번 임시국회부터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없게 돼 지원자가 극소수에 불과했다. 열린우리당은 법사위 지망 의원이 한 명도 없어 8명을 모두 '강제 배정'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