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재재단이 자신들이 운영하는 상품관에서 판매하는 상품(수탁상품)을 공모하는 과정에서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창업한 공예품 판매·유통 업체 ‘하이핸드코리아’의 상품을 18점 선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 의원이 국회의원이 된 이후인 2016년과 2018년이다. 문화재재단은 손 의원이 최근까지 속했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의 피감기관이다.
한국문화재재단 판매상품 공모 #2016·2018년 총 18개 품목 뽑혀
23일 문화재재단에 따르면 하이핸드의 품목은 2016년 3분기 11개에 이어 2018년 상반기 7개가 선정됐다. 하이핸드는 문화재재단을 통해 상품 250점을 판매해 2795만3000원을 받았다고 한다.
문화재재단은 2014년부터 매년 2~4차례에 걸쳐 수탁상품을 공모를 통해 결정해 왔다. 공예업계 관계자는 “유통과 판로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공예인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인데, 문화재재단 수탁상품으로 선정되면 공항이나 고궁같이 문화재재단이 운영하는 판매점에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며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공교롭게도 손 의원이 배지를 단 뒤 문화재재단의 수탁상품으로 선정됐다”고 보고 있다.
하이핸드는 손 의원의 남편(정건해)이 대표로 돼 있다. 손 의원은 그러나 배지를 단 직후인 2016년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대표 자리에 앉혀 자원봉사 재무총괄 업무를 떠맡겼다”며 “지난 수년간 이 매장의 활성화를 위해 자금을 넣고 공예인, 공예품을 발굴하는 모든 일은 내가 다 했다”고 말했었다. 이어 “(수준 있는 공예품 유통이라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힘 없는 개인이 하려니 힘에 부쳤지만 그래도 시작한 일이니 손을 놓을 수 없다”고도 했다. 실제 하이핸드에 공예품을 납품했다는 한 공예장인은 “수년간 하이핸드에 납품했지만 정씨가 남산 본사에 오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실제 운영은 대표가 안 하고 손 의원과 측근 A 이사가 다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화재재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재단은 선정위원회를 거쳐 수탁상품을 공평하게 선정한다”며 “하이핸드는 200여 개 지원업체 가운데 한 곳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손 의원 측도 “하이핸드는 문화재재단 공모사업을 통해 선정됐고, 선정 과정에 손 의원이 개입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심지어 손 의원은 국회로부터 겸직 금지 판단도 받지 않고 자의로 사직한 뒤 경영에 개입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손 의원과 하이핸드 관계로 인해 손 의원이 2016년 7월 11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도중 문자로 ‘자개장’을 파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긴 일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화면엔 김모씨가 보낸 전통품 사진 아래에 손 의원이 “내가 250 줬으니 그거만 받으면” “신촌 자개장 조○○ 사장이 사고 싶다는데”라고 답한 내용이 담겼다. 손 의원은 이에 대해 당시 “지인에게 개인 소장 물품을 판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하이핸드 매장은 모두 세 곳으로 신촌점도 있다. 나머지는 손 의원이 관장으로 있는 이태원 소재 나전칠기박물관 1층과 서울역점이다. 서울역점의 경우 2012년 코레일 서울본부와 수의계약을 통해 임대했다. 계약기간은 당초 3년에 3년 연장할 수 있는 내용인데, 도중 임대차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5년+3년’으로 바뀌었다. 손 의원은 이날 목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위탁은 전혀 없고 100% 사입(개인 돈으로 매입)으로 나전칠기 매장을 하고 있지만 장사가 안 된다”며 “매달 1400만원씩 월세 내고 운영하던 서울역 매장도 코레일에서 돈을 너무 올려 내년에 쫓겨나게 됐다”고 말했다.
현일훈·김다영·하준호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