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목포 등록문화재 절반 매각 거부…가격 '껑충'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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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의원의 보좌관 측이 매입한 전남 목포 문화재 거리의 건물. 매입 이후 등록문화재가 됐다. 프리랜서 장정필

손혜원 의원의 보좌관 측이 매입한 전남 목포 문화재 거리의 건물. 매입 이후 등록문화재가 됐다. 프리랜서 장정필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전남 목포의 문화재 거리 일대 등록문화재 소유주 절반이 건물 매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목포시, 지난해 말 15채 소유주들에 매입 의사 타진 7명 안팎 거절 #이낙연 총리, 근대역사문화공간 사업 강행 밝혔지만 차질 불가피 #8채는 2017년 이후 매매…손혜원 보좌관 측 매입 건물도 포함 #"정당한 재산권 행사" "건물값 올리려 버티기" 다양한 시각

정부가 이번 투기 의혹에도 이 일대에서 예정대로 추진키로 한 근대역사문화공간 조성 사업의 적잖은 차질이 우려된다.

목포시는 근대역사문화공간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을 앞두고 지난해 말 개별문화재 15건의 소유주들과 접촉해 시의 매입 의사를 타진했다. 이들 건물은 ‘일본식 가옥’ ‘일본식 상가’ 등으로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앞서 지난해 8월 등록문화재가 됐다.

그러나 문화재 거리 일대에 위치한 이들 등록문화재 소유주 가운데 7명 안팎이 “건물을 팔 생각이 없다”며 사실상 매각 거부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파악됐다. 매입 추진 대상인 전체 15채의 건물 가운데 절반 가까이 매입이 어려워진 것이다.

문화재 거리와 함께 등록문화재가 된 15채의 소유주는 등기부등본상 모두 다른 사람이다. 등록문화재 소유주 가운데는 5ㆍ18민중항쟁 사적지인 옛 동아약국 건물을 사들인 손 의원 보좌관의 남편도 있다. 손 의원은 최근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이 건물에 대해 “보좌관이 칼국수 집을 하고 싶다며 건물을 사길 희망해 소개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손혜원 의원이 목포 문화재 거리의 '큰손'으로 지목한 60대 부부 측이 매입한 건물. 매입 이후 등록문화재가 됐다. 프리랜서 장정필

손혜원 의원이 목포 문화재 거리의 '큰손'으로 지목한 60대 부부 측이 매입한 건물. 매입 이후 등록문화재가 됐다. 프리랜서 장정필

소유주 가운데는 손 의원과 함께 문화재 거리의 건물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60대 ‘큰손’ 측도 포함돼 있다. 남편과 남동생 명의의 건물이 있는 정모(62ㆍ여)씨다. 손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씨 부부를 ‘큰손’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근대역사문화공간 조성사업은 예정대로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부동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하거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투기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했다. 목포시와 전남도 등도 이번 투기 논란에도 사업 강행 의지를 나타내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이 총리의 발언과 대조적으로 등록문화재 소유주 절반이 이미 건물 매각 의사가 없다고 최근 밝힌 것이다. 사업의 첫발을 떼기도 어렵고 시작하더라도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 총리의 발언과 달리 지난해 8월 등록문화재 등록을 앞두고 이미 투기가 이뤄졌다는 시각도 있다. 매입 추진 대상인 등록문화재 15건 가운데 2017년 이후 매매된 것은 8건이다. 손 의원 보좌관 측이 등록문화재 1건을 사들인 시점 역시 17년 9월이다.

 2017년 이후 등록문화재를 사들인 새 소유주 가운데는 지난해 말 목포시 측과 소통 과정에 “내가 별도로 활용할 계획이 있다”고 하거나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익명을 요청한 부동산 관계자는 “어차피 애가 타는 측은 사업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일테니 건물값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버티기에 들어간 것 아니겠냐”고 했다. '정당한 재산권 행사'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문화재청 공모사업인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조성 사업은 올해부터 오는 2024년까지 추진된다. 국비 등 5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일제강점기 적산가옥 등이 밀집한 목포 유달동과 만호동 일대 11만4038㎡를 등록문화재 중심으로 보수ㆍ정비하고 가꾸는 내용이다. 올해 사업비 110억2000만원 가운데 등록문화재 등 근대건축자산 매입비로 45억2000만원, 등록문화재 보수비로 24억원이 편성됐다.

정부와 목포시는 사업을 앞두고 등록문화재의 상당수 소유주가 바뀐 데다가 투기 의혹 세력도 사들였다는 의혹에도 예정대로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목포시 관계자는 “(등록문화재 15건 모두 매입 추진 대상이지만) 소유주와 시가 생각하는 가격 차이가 너무 크면 매입을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목포=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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