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민 “손혜원, 문화재 거리 큰손 부부와 건물 보러 다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문화재 큰손’ 채씨 부부가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 전남 목포 만호동의 한 건물. [프리랜서 장정필]

‘문화재 큰손’ 채씨 부부가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 전남 목포 만호동의 한 건물. [프리랜서 장정필]

“채씨 부부가 바로 그 (문화재) 거리의 큰손입니다.”

“채씨 부부가 그 거리 빈집 싹쓸이” #손 의원 페북에 글 올렸다 삭제 #주민 “채씨 일가가 10여 채 매입 #손 의원에게도 건물 소개 해줘”

전남 목포 문화재 거리 투기 의혹을 받는 손혜원 무소속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이 포함된 글 하나를 남겼다. ‘손 의원과 관련된 건물 4채가 추가로 확인됐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반박 글이다.

손 의원은 해당 보도에서 자신의 주변인으로 소개된 채모(61)씨를 언급하며 본인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고 했다. 이어 ‘중요한 팁’이라며 글 말미에 채씨와 그의 부인이 문화재 거리의 큰손이라고 지목했다. 투기 세력은 자신이 아닌 이 부부라는 취지다.

21일 현지 주민 등에 따르면 손 의원은 ‘큰손 채씨 부부’와 함께 문화재 거리 건물을 보러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부도 문화재 거리에 건물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관련기사

손 의원이 언급한 부부는, 남편 채씨와 부인 정모(62)씨다. 정씨는 원래 목포 지역 다른 곳에서 청소년 시설을 운영하다가 수년 전 문화재 거리로 옮긴 인물이다. 등기부등본 열람 결과 정씨는 현재 청소년 시설이 있는 문화재 거리 내 4층 건물을 2017년 1월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인 정씨가 청소년 시설을 운영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정씨 부부’로 더 알려진 부부는 2017년 초부터 수개월에 걸쳐 문화재 거리 일대 건물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확인된 부부 명의 건물만 청소년 시설을 포함해 5채다. 자녀, 형제·자매 등 명의로 보이는 건물까지 합하면 이들 부부와 연관돼 보이는 건물은 최소 10채 안팎이라는 게 주민들의 이야기다. 모두 손 의원 측이 건물을 사들인 것과 비슷한 시기 매입됐다.

정씨 부부가 건물을 매입한 시기는 마을이 지난해 8월 문화재 거리로 지정되기 이전이다. 주민들이 사전 정보를 활용한 투기를 의심하는 이유다. 정씨 부부는 문화재 거리 내 세탁소·호프집이 있는 건물도 샀다. 세를 들어 30년간 세탁소를 운영하던 한 장애인은 지난해 정씨의 요구로 가게를 비웠다.

손 의원은 정씨에게서 건물을 소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청한 마을 주민은 “손 의원이 목포에 내려올 때면 정씨와 함께 있는 모습을 몇 차례 목격했다. 손 의원이 목포에 대해 잘 모르던 시기 마을 이곳저곳을 함께 다니며 소개해준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손 의원은 이런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정씨 부부를 언급했던 지난 19일 페이스북 글에서 “제가 (목포에) 내려갔을 때 저에게 접근하며 소영이(여자 조카) 집 세 개를 소개해준 장본인”이라고 언급했다. 또 “그리고 며칠 뒤부터 그 거리의 빈집들을 그 가족이 싹쓸이로 사들였다. 혹자는 20채라고도 하고, 혹자는 30채가 넘는다고도 한다. 들리는 얘기로는 벌써 전매를 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고 했다.

손 의원의 페이스북 글에서 21일 현재 이 내용은 사라진 상태다. 자신과의 관계가 알려질 경우 논란이 될 것을 우려해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손혜원 의원실 관계자는 “(정씨 부부를 손 의원은 아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쪽에 취재해 달라”고 했다.

주민들은 손 의원과 정씨의 관계에 의문을 갖고 있다. 한 주민은 “손 의원과 어떤 관계인지, 왜 이들이 비슷한 시기 문화재 거리 건물을 대거 샀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손 의원은 나전칠기박물관을 서울에서 목포로 옮기려고 했다는 이유라도 들고 있지만 정씨 부부는 건물 매입 배경이 불분명해 이상하다”고 말했다.

정씨 부부는 손 의원을 계기로 문화재 거리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외부와 연락을 끊은 상태다. 정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핸드폰으로 연락을 시도하거나 집과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닿지 않았다. 문화재 거리 내 최근 건물을 사들인 명의자인 정씨의 친인척에게도 연락을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목포=김호·이가영 기자 kim.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