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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하다] 540만 가입자 담당 공무원은 6명…“금융위·복지부 모두 맡길 꺼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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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규제 공백’ 속 계속되는 상조업계 사건사고

상조업은 소위 ‘돈 되는 장사’다. 매년 가입고객이 증가하는 추세인데다 전체 납입금 액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3년 기준 368만 명이던 고객은 지난해 539만 명으로 늘었고, 납입금 역시 3조799억원에서 5조800억원으로 증가했다.

공정위 한 과서 130곳 감독·규제 #한때 300곳 난립, 사건·사고 방치 #금융위·복지부는 업무 가중 우려에 ‘외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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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조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은 그렇지 못했다. 1982년 최초의 상조업체인 부산상조가 설립된 이후 25년간 관할부처조차 정해지지 않은 채 방치됐다. 2013년 공정위에 할부거래과가 신설되며 상조업체들을 감독하게 됐지만 업체 폐업 등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공정위의 업무 특성상 ‘규제’만 가능할 뿐 ‘소비자 보호’와 ‘산업 육성’이란 측면에선 손 쓸 방안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부실한 관리·감독은 업체들의 연쇄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조업체는 한때 전국적으로 300여개가 난립했지만 매년 30~50개 업체가 폐업해 현재는 130여개 업체만 남았다. 이 사이 납입금 배임·횡령과 부실경영 등 곪아온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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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는 할부거래법에 근거해 거래 행위를 규제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상조업체의 재정건전성 등 경영과 관련한 문제나 소비자 보호에 대해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할부거래행위 그 자체보단 오히려 업체의 ‘먹튀 폐업’이나 부실한 경영, 고객 납입금 유용 등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어 답답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상조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공정위가 전담하는 상황에선 규제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공정위 규제만으론 한계”…금융위·보건복지부는 ‘나몰라라’

업계 안팎에선 상조업체를 둘러싼 총체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할부처를 공정위에서 금융위원회·보건복지부 등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상조조합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 담당과(할부거래과) 소속 직원 6~7명이 상조업체의 부실경영 문제와 소비자 보호, 산업 발전 등을 모두 관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상조서비스는 사실상 보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금융위원회·금감원에서 관리를 하거나 장례서비스를 총괄 감독하는 보건복지부에서 나서는 게 훨씬 효율적인 방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금융위와 복지부에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선 금융위는 상조서비스의 경우 금융·보험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할 근거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장례업을 총괄 관리하는 복지부마저 상조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상조업을 하나의 업종으로 규제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이유에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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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도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지금은 공정위가 상조업을 ‘선불식 할부거래’란 틀 안에서 관리·감독하고 있어서 소비자 보호 등 여러 측면에서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럼에도 금융위와 복지부 모두 상조업에 대한 주무부처가 된다는 데 대한 부담과 업무량 증가를 의식해 모른 척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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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팀=유지혜·정진우·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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