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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는 민족문학논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87년부터 민족문학진영내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민족문학논쟁의 주요 쟁점과 성과를 논쟁 핵심당사자들이 아닌 평론가들이 각기 다른 시각에서 점검하고 나서 주목된다.
곧 간행될『창작과 비평』여름호는「현단계 민족문학의 상황과 쟁점」 이라는 주제로 구모룡·백진기·임규찬·조만영·홍정선씨등의 지상토론을 실었다.
이 토론에서 구모룡씨(문학평론가)는 『민족문학은 논쟁적 국면을 거치며 이제 백악청씨의 민족문학론, 채광석씨와 김명인씨의 민중적민족문학론, 조정환씨의 민주주의 민족문학론으로 확실하게 삼분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민족문학론은 문학적층 위의 문제나 사회과학적층 위의 문제를 도식주의나 독단주의로 몰고가지 않으면서 구체성을 매개로 두 층 위의 변증법적 관계를 상정한 변증법적 민족문학론으로 보았다.
때문에 백악청씨의 변증법적 민족문학론은 주어진 역사적 단계를 좇아 문학의 구체성과 사회의 구체성을 둘다 놓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구씨는 민중적 민족문학론은 사회과학적 분석틀을 아무런 매개도 없이 문학에 적용, 현실적실효성이 없는 고전적 혁명이론으로서 한갓 관념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노동계급의 당파성을 제기하고 있는 민주주의민족문학론은 있지도 않은 당을 내세움으로써 철저한 지배체제를 모방, 운동의 주도권 장악을 위한 자기 정당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민족문학논쟁의 성과에 대해 백진기씨 (문학평론가)는 『생산적인 문제의식에 대한 논쟁』이라며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논쟁과정에서 구분된 3개이론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고 했다.
반면 홍정선씨 (문학평론가)는 『광범한 전선적 연대감의 형성이 더 필요한 단계에서 문학운동내의 결집력을 와해시키는 선명성 투쟁이 바로 민족문학논쟁』이라고 했다.
특히 민주주의 민족문학은 자기 정체성 강조를 위해 오로지 계급의식만을 문제삼아 지식인적계급의식의 선명성을 앞세운 구호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87년 김명인씨가 백악청씨의 민족문학론을 소시민적 민족문학론으로, 다시 조정환씨가 백씨와 김씨를 모두 비판하면서 일기 시작한 민족문학논쟁은 작년말을 고비로 각기 나름대로의 문학적 실전영역을 찾는데 몰두, 금년들어서는 잠잠한 편이다. 그러나 이번 논쟁을 계기로 민족문학논쟁은 90년대를 향하여 다시금 심화·확산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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