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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대결로 대립·갈등 조장 아날로그 정치 더 이상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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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손학규(얼굴) 경기도지사가 퇴임을 열흘 앞둔 20일 대학생들에게 특강을 했다. 한나라당 소장파 중심의 새정치수요모임이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연 '대학생 아카데미'에 초청된 것이다. 손 지사는 9박10일간의 외자유치 활동을 마치고 이날 오전 6시에 귀국했다.

손 지사는 '탈(脫)아날로그 정치'를 강조했다. 그는 "내 땅을 차지하고, 땅따먹기식 정치를 하고, 패를 나눠 세몰이하는 정치, 끊임없는 이념대결로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 '아날로그' 정치를 더 이상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과거 정치와 결별하겠다는 취지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한 쓴소리도 내놨다. "5.31 지방선거에서 이겼다는 것만 가지고 현실에 안주하고 과거에 집착한다면 결코 미래가 없을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정치를 펴야 국민이 차기 정권을 맡길 것"이라고 했다.

손 지사의 임기 말 활동은 이례적이었다. 퇴임이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북한에 모내기를 하러 다녀오고, 미국.핀란드.스페인.두바이.싱가포르를 돌며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뛰었다. 취임 직후 같은 행보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닥쳐오는 변화를 예견하고 미리 준비하는 지도력이 절실하다"고 순방 중 느낀 점을 밝혔다. ▶교육을 통해 강소국으로 부흥한 핀란드▶외자 유치를 통해 혁명적인 변신을 모색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해 국제적 도시로 성장한 싱가포르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경기도지사를 마치면 국민에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손 지사는 퇴임 후 대선 캠프를 차리지 않고 3개월 이상 전국을 훑고 다니는 '민심 대장정'을 계획 중이다. 손 지사가 6개월 전 대학생 아카데미에 강사로 초청됐을 때 한 학생이 "지지율이 1%도 안 되는데 한나라당의 '빅 3'로 거론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 웃음바다가 됐었다. 그러나 이날 강의에서 이런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6월 12~15일 실시한 대선 후보 조사에서 손 지사의 지지율은 2.7%였다. 6개월 전의 세 배 가까운 수치다. 손 지사 측은 재임 중 115개 기업을 유치하는 등의 성과가 민심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강주안.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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