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화계획 바뀌면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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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용산 미8군사령부 이전 예정 지를 공원화 하겠다는 기본방침이 잡혔다. 이 일대 1백5만여 평을「민족공원」으로 조성키로 한 서울시의 이 계획은 아직 구상단계에 불과하지만 인구과밀과 찌든 공해로 시달리고 있는 시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서울의 도시기능을 반신불수로 만들었던 요충지를 회복하고 1백여 년 간 외국의 병참기지로 사용되어온 땅에 시민을 위한 시설을 조성키로 한 것도 적절한 일이다.
그러나 이 계획이 확정돼 구체화하기까지는 공청회와 도시계획심의 등 여러 단계가 남아있고, 미8군 이전도 우선 내년10월까지 12만평의 골프장을 반환키로 한 것 외에는 완전 이전까지는 5∼6년이 남아있어 발표대로 몽땅 공원화 될 것인지 심히 의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벌써 이 지역 50만평을 주거용지로 지정해 임대주택과 아파트를 지어 30만 명을 수용하는 단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도시개발을 촉진키 위해 대형 오피스텔 건물들을 세워야 한다는 소리도 있다.
용산 미군기지 이용에 대한 이 같은 논란은 그동안 정부의 숱한 계획들이 시행에 앞서 자주 바뀌고 백지화되는 등 계획의 굴절을 너무도 많이 보아왔기에 불안을 금할 수 없다. 더구나 그동안 우리의 행정과 정부시책이 몇몇 실력자에 의해 좌지우지되거나 행정의 일관성이 유지되지 못해왔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서울만 하더라도 아름답게 보존되었어야할 남산이 저 모양 된 것은 접어두고서라도 현재 조성중인 보라매공원마저 감독같이 용도가 변경돼 특정인에게 넘겨진 것만 봐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그뿐 아니라 서울의 공원용지와 녹지대가 지난번 선거기간 중 대거해제 돼 고급주택과 아파트용지로 둔갑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앞으로 지방의회가 구성돼 이익집단들의 입김이 드세 지면 또 무슨 핑계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 어떤 공원시설을 하고 얼마나 맵시 있게 가꾸느냐도 중요하지만 이 지역을 얼마만큼 보존하느냐가 더욱 중요하고 시민들의 관심사라 아니할 수 없다.
인구와 차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서울은 휴식공간과 녹지가 한 뼘이라도 소중하다. 1천만시민의 휴식처를 훼손하는 일은 어떠한 이유나 명분으로도 허용돼서는 안될 것이다.
서민주택 건설이니, 도심개발 촉진이니 하는 그럴듯한 구실로 이 일대에 건물이 들어선다면 도시환경과 교통난이 얼마나 악화될 것인가는 뻔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미8군 영내에 짓고 있는 모든 건축물도 현재 수준에서 동결되어야 하고, 앞으로 이일대의 원형을 허물거나 새 시설을 축조하는 공사는 금지하거나 서울시와 사전에 협의를 거쳐 최소화하도록 두 나라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도시 행정의 최종 목표가 도시의 인간화에 있고 삶의 환경을 보다 쾌적하게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며 가꾸는 일이라는 걸 새삼 되새겨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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