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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유도 명문고' 출신 신유용 미투 폭로에 모교 후배들 패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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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5일 송파구 방이동 서울올핌픽파크텔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5일 송파구 방이동 서울올핌픽파크텔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전북 고창 영선중·고 유도부 선수들이 패닉에 빠졌다. 모교 선배인 신유용(24·여)씨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고등학교 1학년 때인 2011년부터 5년간 유도부 코치 A씨(35)에게 20여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신씨의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 선언으로 학교 이름이 공개되고, 연일 취재진이 몰리면서 재학생들의 2차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창 영선중·고 유도부 16명 불안감 호소 #신유용씨, 성폭행 폭로로 학교 이름 공개 #취재진 몰리고 외부 관심에 '심리 불안정' #교육청 "애꿎은 선수·코치 상처받을까 걱정" #체육회도 신씨에 사과…성폭력 방지 대책도

전북교육청은 언론에 보도된 지난 14일에야 신씨 사건을 알았다. 이날 전북교육청 관계자들은 영선중·고를 찾아 교장과 유도부 감독·코치 등을 만나 사태 파악에 나섰다. 유도부 선수들과도 면담했다. 이 사건으로 흔들리는 유도부 선수들과 코치진 등을 다독이기 위해서다.

면담 결과 성폭력과 가혹 행위에 관한 진술은 나오지 않았다. 신씨가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한 A씨는 2009년 2월부터 2012년 7월까지 영선중·고 유도부를 지도했다. 현재 유도부 선수들이 입학하기도 전이다. 지금은 여성 코치가 선수들을 가르친다. 하지만 선수 대부분이 모교에서 일어난 사건이 전국 이슈로 부각되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외부의 지나친 관심과 따가운 시선에 부담스럽고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영선중·고 유도부는 현재 고등학생 7명(신입생 2명 포함), 중학생 9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선수들은 현재 학교 기숙사에서 합숙하며 훈련하고 있다. 교육부는 합숙을 권장하지 않지만, 거주지가 먼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 운영을 일부 허용하고 있다.

고교 시절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전 유도 선수 신유용(24)씨가 지난 14일 서울 관악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교 시절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전 유도 선수 신유용(24)씨가 지난 14일 서울 관악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선중은 '전국 단위 모집 자율학교'여서 원거리 학생이 많다. 익산이 고향인 신씨도 선수 시절 숙소 생활을 했다. 현재 전북에서 운동부(40여 종목)가 있는 초·중·고교는 200여 개로 조사됐다. 이 중 선수 기숙사가 있는 학교는 전체 10분의 1인 20여 개다.

전북교육청 인성건강과 강양원 장학사는 "이번 일과 관계없는 어린 선수들과 코치가 상처받을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영선중·고 측도 '여자 유도 명문'이라는 이미지에 타격을 받아 속앓이하고 있다. 이 학교는 30년 넘게 많은 유도 국가대표와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일반 재학생 440여 명(중·고교)도 학교가 구설에 올라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한다.

전북교육청은 영선고 유도부 선수들에 대한 심리 상담 및 치료를 진행하는 한편 도내 운동부 전체를 대상으로 성폭력이나 가혹 행위가 있는지 전수 조사할 계획이다. 또 성폭력과 폭력 행위를 한 지도자가 적발되면 곧바로 해고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키로 했다.

전북도체육회도 15일 신씨와 가족에게 공식으로 사과했다. 그러면서 선수와 지도자에 대한 인권 교육 강화와 스포츠인 권익센터 설치 등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놨다. 최형원 전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전북교육청과 협의해 학교 운동 지도자를 채용할 때 적격자를 선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며 "폭력·성범죄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는데도 이를 묵인·방조하는 경기단체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도  이날 도내 모든 직장운동부 소속 선수를 대상으로 폭행·협박·성폭력·부당한 행위 등 이른바 체육계 4대 악 피해 전수조사를 한다. 대상은 경기도청 10개 팀 74명과 도내 29개 시·군의 119개 직장운동부 소속 선수 899명(감독·코치 102명 제외)이다. 도 교육청과도 협의해 도내 초·중·고교 엘리트 학생 선수 9709명도 조사할 방침이다.

피해가 확인되면 경기도체육회 등을 통해 영구제명이나 사법기관 고발 등 엄중히 대처하기로 했다. 감독에게 집중돼 있던 선수선발 권한을 분산시키는 방안도 검토한다.

고창·수원=김준희·최모란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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