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회정치 부활돼야 한다|김철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9일 제146회 임시국회가 개회 됐다. 4·26 총선 후 성립한 제13대 국회 1주년을 맞아 21일간의 회기로 열리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착찹하다. 4·26총선 1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보면 국회의원들이 일을 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50·7%나 되고, 13대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해 잇는 느낌이다.

<기대이하 정치에 질타>
여소야대 정국에 따라 민주화가 추진되고 있고 악법개폐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지만 국민들이 국회에 대해 질타하고 있는 것은 기대이하의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청문회 활동으로 5공 비리를 폭로했고 국정감사 등으로 국정을 견제한 것은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민생법률의 입법에 소홀했고 6공의 진로를 설정하는데 미흡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주장이다.
지난 2월의 임시국회에서도 5공 비리를 청산하지 못했고 민생입법에도 소홀했기 때문에 국민의 비판은 높았었다.
문목사 입북 사건·학원소요·노사분규 등이 국회의원의 손길을 기다렸으나 국회의원들은 당리당략에 얽매여 국민의 공감을 얻는데 실패했다. 노사분규 현장에서 여야국회의원들이 외면 당했는가 하면 동의대 사태에 위문간 국회위원에게는 『부추길 때는 언제고 조문은 뭣하러 왔느냐』고 면박 당하기까지 했다.
4·26야당 영수회담에서 두 야당은 중간평가의 실시를 다시 주장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내각총사퇴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장담했다. 중간평가 연기를 앞서 주장했던 야당이 다시 중간평가 실시를 들고 나오고 성립 6개월 밖에 안된 내각의 총퇴진을 주장하는 것을 보고 국민들은 당리당략에서 나온 발상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제146회 임시국회가 진정국면에 들어선 학원사태나 노사분규와 정치 문제를 다시 부추겨 재점화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동의대 사태라는 비극 때문에 진정국면에 들어선 5월 위기가 국회개원과 함께 재발된다면 국민들의 국회 불신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강경대 강경의 대결은 결국 파국을 초래하고 말았다는 역사적 경험을 헛되게 하지 말아야 하겠다.

<과거족쇄서 벗어나야>
2월 임시국회에서 합의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던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국회 청문회 출석증언으로 5공 비리의 책임 소재를 명백히 할 것이며 5·18 이전에 광주사태의 책임문제도 마무리되었으면 한다. 5공 비리와 광주사태로 6공이 시종 되어서는 안되며 6공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과거의 족쇄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여당의 강경파들이 5공 청산과 광주사태 해결에 회의적이라고 하나 여론에 따라 순리적으로 처리하는 지혜를 배워야할 것이다.
문목사 사건 때문에 우리의 북방정책이나 통일정책이 실종되어서는 안된다. 정부·여당의 강경파는 이를 기화로 국가보안법의 개정이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소극적이라고 하는데 당초의 의도와 국민에 대한 공약대로 하루속히 남북대화·교류에 대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다행히 국회에서는 공청회를 열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하는데 하루빨리 남북관계의 기본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었으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안에 대해서도 여야는 합의를 도출하여 조속 입법해야 한다. 정부·여당은 5월 위기국면의 탈출을 위하여 쓸데없는 강경수를 써서는 안될 것이며 여야합의아래 만사를 처리하는 민주정치의 정도를 따라야 한다. 동의대 사태를 계기로 형성된 반 폭력의 국민적 합의를 법률로 승화시키되 5공 청산과 민주화를 갈구하는 국민의 여론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6공의 청사진 제시를>
5월 임시국회의 최대의 쟁점은 동해재선거·문목사 입북사건·노사분규·학원사태들을 둘러싼 책임문제일 것은 틀림없다. 법적 처리 문제는 검찰과 법원에 맡기고 국회는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활동에 전념해야 한다. 정부·각료에 대한 책임문제를 논의할 수는 있으나 총사퇴 등으로 강공책만을 일삼아서는 안될 것이다.
야당은 정부·여당의 강경파들에게 10월 유신재개의 명문을 주지 않기 위해서도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반대할 것은 반대하는 의회정치의 정도를 걸어야 할 것이다. 여소야대 국회의 야당은 국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집권여당에 못지 않는 경륜을 발휘하여 차기정권 담당자로서의 경험을 쌓아야 할 것이다.
정부·여당은 이번 국회가 민주화에의 시금석임을 깨닫고 정계개편에의 그랑 데생을 버리고 실현 가능한 정파와의 연정을 펴거나 정책연계를 함으로써 안정된 국정운영을 도모해야 한다. 반 국가사범의 척결은 부득이하다고 하더라도 진보세력을 완전 소탕하겠다는 과욕은 버려야 할 것이다. 그 동안의 사회불안이나 사회분규가 민주화로 가는 하나의 도정임을 깨닫고 권위정치에의 복귀를 꿈꾸어서는 안될 것이다.
야당과 여당의 국회의원들은 임시 국회를 폐회 후 검찰권의 행사만 있었고 정치는 부재한 현실을 타파하고 의회정치를 부활시켜야 하겠으며 스위스와 같은 합의정치(Konkordanz Demokratie)의 실현도 검토해야 한다. 5월 임시국회는 6공의 앞날에 희망을 가져다주는 청사진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걱정하지 않고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걱정해 주는 진정한 의회정치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서울대 교수·헌법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