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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교·전병헌·이군현 등 법원행정처에 '재판 민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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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중심에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뉴스1]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중심에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뉴스1]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구속된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개입 정황을 다수 확인해 추가기소했다. 전·현직 여야 국회의원들이 임 전 차장을 통해 대거 법원행정처에 '재판 민원'을 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 임종헌 전 차장 재판개입 혐의 추가 기소 #"상고 법원 도입 위해 전·현직 정치인 청탁 받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은 15일 임 전 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또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기소한 임 전 차장의 재판과 병합해 심리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2015년 5월 국회에 파견 나간 판사로부터 서영교 의원의 청탁을 받았다. 서 의원은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법사위) 소속이었다.  총선 때 서 의원의 연락사무소장을 지낸 지인의 아들 A 씨가 강제추행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자 죄명을 공연음란으로 바꾸고 실형 대신 벌금형으로 선처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민원을 받은 임 전 차장은 당시 서울북부지법원장을 통해 담당 판사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

임 전 차장은 또 법원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을 통해 A씨 재판을 맡은 재정합의부장에게도 청탁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 결과 죄명은 변경되지 않았지만, A씨는 징역형을 피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강제추행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미수에 그친 점을 고려해 형량을 감경받았더라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인 공연음란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또 임 전 차장은 같은 해 4월 전병헌 당시 의원으로부터 자신의 보좌관이자 손아래 동서인 임모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서도 청탁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전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임씨를 조기에 석방해달라"고 임 전 차장에게 청탁했다.

임 전 차장은 사법지원실 심의관에게 임씨 항소심 사건의 예상 양형 검토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뒤 전 의원에게 검토 결과를 설명해줬다. 당시 재판부의 결정(보석 석방 이후 징역 8월 선고)는 양형 검토보고서에 적힌 것과 같았다. 검찰은 조사를 위해 당시 재판장인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불렀으나 김 부장판사가 출석을 거부해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2016년 8∼9월쯤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이군현·노철래 당시 의원에게도 비슷한 유형의 검토문건을 만들어 법률자문을 해준 것도 공소사실에 포함했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부 추진 정책에 지원을 받을 목적으로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청탁을 받아 민원 해결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당시 서기호 정의당 의원을 압박하기 위해 그가 제기한 법관 재임용 탈락 취소 소송에도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에서 임 전 차장을 통해 재판 관련 청탁을 한 것으로 의심받는 서영교 의원 측은 중앙일보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임 전 차장에게 죄명을 바꿔 달라고 한 적도 없고 벌금을 깎아달라고 한 적도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중앙일보는 이름이 거론된 전병헌·이군현·노철래전  의원에게도 사실 확인을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가 닿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1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을 전날에 이어 다시 불러 조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11일 1차 소환 이후 일요일 하루만 쉬고 닷새간 네 번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법원 공보관실 비자금 의혹과 법관 사찰 의혹 등 앞서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던 의혹들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1·2차 소환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기억나지 않는다" "직원들이 알아서 한 일이다"는 취지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날 조사를 끝으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번 주 안에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기정·정진호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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