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10. 사파이어테크놀로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당 30여 달러짜리 원재료를 4일 만에 1000달러짜리 고부가제품으로 탈바꿈시킨다. 이 같은 '현대판 연금술'을 개발한 중소기업이 있다. 2000년 설립된 사파이어테크놀로지다. 이 회사는 고순도 알루미나(Al₂O₃)를 섭씨 2200도에서 녹인 뒤 서서히 응고시켜 공업용 사파이어를 만들어 낸다. 사파이어는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단단한 광물로 내 부식성, 빛 투과성, 열전도율이 뛰어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일찌감치 미국과 러시아에서 미사일 부품 등 무기 소재로 쓰기 위해 제조법을 개발했다.

사파이어가 산업용으로 각광받게 된 것은 발광소자(LED) 기판이나 액정표시장치(LCD) 부품으로 쓰이면 서다. 지난해 세계 시장규모는 2000억원 정도. 각종 조명장치 소재 등으로 쓰임새가 늘고 있어 시장 규모는 급신장 추세다. 전 세계적으로 고품질이 요구되는 소자 기판용 사파이어를 공급하는 업체는 미국 루비콘과 러시아 모노크리스탈 두 곳뿐이다. 기술이 까다로워 국내 몇몇 업체도 개발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사파이어테크놀로지가 세계 세 번째로 이 기술을 보유하게 된 것은 이희춘(45.사진) 사장의 집념 덕분이다.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인 그는 85년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응고 분야를 연구하기 시작했지만 박사 학위를 받을 때까지도 사파이어 제조법을 완성하지 못했다. 제조 노하우는 물론, 실험장비조차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92년 철강회사(강원산업)에 들어간 이후에도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연구에 매달렸다.

2000년 그는 드디어 제조비법을 개발했고,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했다. 이 사장은 2004년 특허를 받은 자신의 제조법이 미국.러시아 업체보다 높은 수율과 좋은 품질을 내는 앞선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창업 이듬해 삼성전기에 샘플을 납품하게 되자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 2004년 대만에 이어 지난해 말 일본 시장도 뚫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2억5000만원. 이중 70%가 수출이었다. 아직은 회사 규모가 크지 않지만 현재 생산능력이 국내외 주문량에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이어서 투자만 이뤄지면 급성장할 것이라고 이 사장은 말했다.

이 회사는 7~8월께 10억원을 투자해 현재 월 1만5000㎜(지름 2인치짜리 기준)인 사파이어 생산능력을 세 배로 키울 계획이다. 또 2008년까지 70여억원을 추가 유치해 경기도 화성에 월 10만㎜ 생산 규모의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이 사장은 "화성 공장이 완공되면 2009년엔 300억원 매출에 90억원 순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글=차진용 기자 <chajy@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