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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시위 이대로 안된다|전장방불 극한대결…부상자 속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노동절 1백주년 기념대회」출정식이 열렸던 지난달 30일 서울 연세대앞.
낮12시쯤 집회를 끝낸 학생등 5천여명이 집결장소인 여의도까지 가두행진을 하려다 경찰의 원천봉쇄에 화염병으로 맞섰다.
순식간에 연세대앞길은 불바다로 변하고 춤추는 불꽃, 돌우박속에 경찰도 주춤거리며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 학생들이 준비한 꽃병(?)은 3천여개.
시위대의 맨앞줄에는 북·꽹과리를 치며 각종 구호가 적힌 깃발을 치켜든 2백여명의 「선동대」가 서고 각목을 든「돌격대」 1백여명이 화염병상자를 교문앞으로 운반한다.
페퍼포그차량 2대를 앞세운 진압경찰 30개중대 4천5백여명도 이날 학생들이 화염병을 3천여개씩이나 준비했다는 정보에 따라 『오늘 시위는 저녁무렵에나 끝날 모양』이라며 어두운 얼굴 일색이다.
시위대중 6백여명이 「화염병투척대」로 자원, 5∼6개조로 나뉘어 『와』하는 함성과 함께 파상적으로 30여m 거리밖에서 대열을 갖춘 경찰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은 마치 전장을 방불케 한다.

<부상자 늘면 과격화>
화염병이 우박처럼 쏟아지고 뒤를 이어 최루탄이 터지면서 공방전 10여분만에 학생·경찰부상자가 속출한다.
머리위로 날아드는 화염병을 피하다보니 불바다를 이룬 아스팔트에서 화염이 다리로 옮겨붙어 나뒹구는 진압경찰. 사과탄파편에 다리에서 피를 흘리는 학생들.
부상당해 쓰러지는 동료가 늘어나면서 경찰은 학생들이 던진 돌을 맞받아 던지고 시위대는 양손에 화염병을 들고 진압경찰 10m앞까지 접근해 내리꽂는등 갑자기 과격해진다.
밀고 밀리는 공방전5시간. 시위는 오후5시쯤 양측 합쳐2백여명의 부상자와 아스팔트위에 무수히 깔린 6t트럭 3대분의 유리파편·돌멩이만을 남긴 채 끝났다.
최루탄파편·돌에 맞아 찢어진 상처를 싸매며 임시진료소로 마련된 학생회관에 누워있는 학생 1백50여명과 화염병·돌에 맞아 경찰병원으로 실려간 전경대원 50여명.
전국에서 가장 시위가 잦은 연대에선 물론 시위규모에 따라 사용된 화염병·최루탄 숫자 및 부상자가 차이가 나겠지만 지난3월이후 이같은 상황이 1주일에 2∼3차례 반복되고있다.
지난달 19일 오후5시쯤 서울청량리경찰서 이문파츨소.
외국어대와는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해있는 파출소에 학생 50여명이 몰려들었다.
학생들은 이날낮 교내에서 서울지역 대학생연합 「4·19계승결의대회」를 갖고 교문앞 시위를 벌이던중 동료학생 1명이 경찰이 던진 돌에 눈을 맞아 실명위기에 놓이자 파출소습격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 4월 한달동안 모두 7차례 학생들의 투석·화염병세례를 당한 이희창 파출소장(46)등 직원5명은 급히 철망이쳐진 3중문을 안으로 걸어 잠갔으나 학생들은 교내에 있던 길이 15m가량의 농구대 철봉을 갖고나와 파출소 뒷벽과 환풍기·창문등을 부수기 시작했다. 「독안에 든 쥐」 꼴이 된 직원들은 담벽이 『쿵, 쿵』 울릴때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깨져가는 창문과 환기통을 방패로 막았으나 학생들은 틈새로 화염병 10여개를 던져 넣어 파출소 안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한달간 7차례 공격>
손등·머리카락을 데어가며 불구덩이 속에서 허둥대기 5분쯤 뒤, 소화기로 간신히 불길을 잡았으나 벽과 사무실 집기는 대부분 검게 그을려 버렸다. 직원들은 그나마 큰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만을 천만다행이라고 자위해야했다.
이문파출소 뿐만아니라 동국대와 인접한 중부서 충무로5가 파출소도 지난 한햇동안 모두 8차례에 걸쳐 기습을 받는등 대부분의 대학가 파출소가 이같은 홍역을 치르기는 마찬가지.
이때문에 대학가 파출소는 3중 철망등으로 아예 토치카처럼 변해버려 민원인들이 출입하기가 섬뜩할 지경이다.
치안본부 집계에 따르면 올1월부터 지난달 20일까지 화염병·각목이 등장한 과격시위는 8백21건으로 62개 경찰관서를 비롯, 공공기관만도 1백50여 곳이 피습됐다.
화염병등에 맞아 경찰병원에 입원·통원치료중인 경찰관은 1천2백 여명에 이른다.
시위도중 부상당한 학생들도 상당한 숫자겠지만 학생들의 과격시위·경찰의 강경대응이라는 악순환에 휘말린 시민들의 피해 또한 엄청나다.
숭실대앞에서 「백운화랑」을 경영하는 최일석씨(41).
최씨는 지난달7일 학생들이 시위도중 던진 화염병에 10평 크기 가게와 고객이 맡긴 2천여만원 상당의 표구등이 불탔지만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보상을 받지못해 애태우고 있다.
최씨는 이날 학생들의 시위소문을 듣고 서둘러 가게셔터를 내리고 대피했으나 학생들이 교내 건물옥상에서 던진 화염병이 가게 앞에서 터지면서 내려진 셔터틈새로 불길이 번진 것이다.
이날이후 이 일대 가게들은 철제셔터를 수리하고 2층 유리창에는 철망까지 쳤으나 시위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불안에 떨고있다.
화염병 공포는 대학가 주변 모든 상가가 겪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외대앞 카페건물의 경우 학생시위가 시작되면 아예 건물옥상에서 가로·세로 10m씩의 철망을 내려뜨려 건물전체를 보호하는등 대학가 주변 업소들은 철제셔터 없이는 단 하루도 마음편할 날이 없는 실정이다.
지난 3월16일 오후 시위가 한창이던 연세대 앞길에선 택시를 몰고가던 최영회씨(47)가 학생들이 던진 화염병이 택시창문으로 날아들어 얼굴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치료비보상 못받아>
최씨는 그동안 학교·학생측을 찾아다니며 치료비보상을 요구했으나 학교측은 『차량을 통과시킨 경찰·학생책임』이라며 외면했고 학생측은 『우리도 주민을 위해 시위를 하다 다치는등 같은 피해자의 입장』이라며 책임을 미뤄 아직껏 퇴원조차 못하고 있다.
병상의 최씨는 『화염병을 던지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누구를 향해 무엇을 얻기위해 저렇게 극렬해졌는가 회의를 느끼지않을수 없다』며 『이제 학생도 자숙해야 할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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