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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보복 미국서도 두 목소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국이 폐쇄된 외국시장을 개방케 한다는 목적으로 교역상대국에 대해 보복을 가하려는 움직임을 놓고 「부시」행정부 내에서도 이견들이 엇갈려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이클·보스킨」미대통령 경제자문회의의장은 l일 미상공회의소 연차총회에서 행한 공개연설을 통해 미국이 교역상대국에 대한 대량보복을 가하려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세계무역전쟁과 불경기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지난 1월 「부시」행정부 출범이래 통상관련 정책책임자들이 임명비준청문회 등 각종 의회발언과 공개연설을 통해 「불공정 무역관행국」에 대해 가차없는 응징을 다짐해온 강경 발언들과 대조적이다.
미행정부는 작년 의회가 다시 마련한 통상법 301조에 따라 이달 말까지 미 기업의 해외 시장접근을 제한하는 교역상대국 중 「불공정 관행보유정도, 지속성 및 이를 제거할 경우 예상되는 미 수출신장전망」 등을 고려해 「우선협상대상국」을 지정, 의회에 보고하는 조치를 앞에 놓고있다.
이 조치와 관련해 지정회피를 위해 적극적인 협상을 벌이고있는 국가를 포함, 미국의 모든 교역상대국들의 관심이 쏠려있는 가운데 미대통령의 최고 경제정책자문자가행정부내 이견을 공공연히 드러낸 것은 그 의도를 따지기에 앞서 우선 눈길을 끈다.
미 언론은 불공정 관행국에 대한 조치문제를 놓고 「부시」막료의 다수가 신중한 처리를 강조하는 온건쪽이라고 전하고 있다. 「보스킨」말고도 「베이커」국무장관을 비롯, 「리처드·더먼」예산국장, 「니컬러스·브래디」재무장관 등이 보복행동의 자제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상품을 더 팔기 위해 수년간 협상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보복조치의 실행을 다짐해온 「로버트·모스배처」상무장관, 「칼라·힐스」미 무역대표 등은 행정부내에서 분명히 숫적으로는 소수파다.
뉴욕타임스지 보도에 따르면 「부시」대통령은 주말인 지난달 22일 캠프데이비드 산장에 백악관·행정부 참모들을 배석시킨 가운데 「폴·볼커」 전 연방준비위원장, 「베릴·스프링클」전 경제자문회의 의장 등 8명의 경제전문가들을 초치, 견해를 정취 했는데 이들은 전원 슈퍼301조와 관련, 온건 입장을 취하도록 건의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보호주의로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고 있는데 대해 모두 불안감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부시」대통령은 아직 어느 쪽으로 결정할 것인지 전혀 뜻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부시」로서는 슈퍼301조의 첫 시행절차가 일종의 「뜨거운 감자」격이다. 선거과정에서부터 자유무역을 지지해온 「부시」로서는 슈퍼301조의 보복이 상대국의 재 보복을 초래, 세계자유무역질서가 손상되고 대결적 국제무역질서가 초래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러나 슈퍼301조 자체가 무역적자 누증으로 보호주의 바람에 휩싸인 의회, 특히 민주당이 공화당행정부에 안겨준 난제이기 때문에 「부시」로서는 신축성이 당초부터 제한돼 있는 셈이다.
「부시」의 조치가 미온적일 경우 상당한 정치적 공세를 각오해야 한다.
미측이 특히 지정·보복과 관련해 고민하고 있는 것은 일본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다케시타」수상 퇴진 등 정치적 혼란에 대한 배려가 고민의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고 내면적으로는 미 재정 및 세계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있는 일본의 반응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에 대해서도 미국은 최소한 최근 협상에 임하고 있는 수준에서는 어느 정도의 이해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정검토 대상국 중에서는 한국이 가장 먼저 성실하게 협상을 통한 해결노력을 보여 주어온데 대해 미측은 심지어 고마움까지 표명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그러나 「부시」행정부내의 이견이나 한미대화과정의 이해심 표출 등은 본 줄거리와는 크게 관계없는 심화일수도 있다. 【워싱턴=한남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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