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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패러디' 한국이 최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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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광장 응원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축구팬들의 월드컵 참여 열기로 인터넷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요즘 각종 포털 게시판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상천외한 '월드컵 놀이'로 넘쳐난다. 방법도 창작, 재활용, 수집.발굴 등 다양하다. 한편으론 아이디어 경쟁이지만 다른 측면에선 주요 월드컵 이슈에 자기 목소리를 내는 방편이다.

◆ 창작-아직도 '조삼모사'를 몰라?

"이렇게 폭력적으로 하려면 앞으로 길거리 응원을 금지한다" "뭔 소리냐~ 길거리에서 난동 없으면 무슨 재미냐~", "앞으로 월드컵은 녹화방송으로" "절대정돈 안전제일 완벽청소 질서유지"

토고전(13일) 때 일부 팬의 난장판 응원이 도마에 오르자 각종 축구 게시판에 수백 차례 '펌질'됐던 '조삼모사-월드컵 응원 편'이다. 상대의 엄포에 즉각 타협을 시도하는 원숭이들의 '비굴함'이 웃음을 자아낸다.

월드컵 우승국 내기를 재치 있게 풍자한 ‘조삼모사-월드컵 우승국’편.

요즘 '조삼모사'를 원숭이 먹이 주기와 관련된 고사성어로만 알고 있으면 구세대다. 최근 각종 포털 인기검색 1위로 떠오른 조삼모사는 두 컷짜리 패러디 만화다.

만화가 고병규씨가 올해 초 자신의 미니홈피(www.cyworld.com/kbk74)에 올린 풍자 만화가 원조. 네티즌들은 이 만화의 말 풍선에 정치.사회.연예가 이슈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채워 넣는 놀이를 한다.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축구 관련 버전만 하루 수십 편씩 쏟아질 정도. 토고전 공 돌리기 등 예민한 이슈와 관련해선 서로 다른 버전으로 입장을 다투기도 한다.

◆ 재활용-자투리 사진도 잘 꿰면 보배

토고전 다음날 대표팀 회복훈련. 환하게 웃는 박지성과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웃고 있는 안정환이 나란히 걸어간다. 사진 위에 써 놓은 두 사람의 대화-"형은 정말 나 때문에 먹고사는 거야" "그…그래, 고맙다" (토고전에서 박지성의 활약으로 안정환이 득점했다는 의미) 네티즌 이광훈씨가 자신의 미니홈피(www.cyworld.com/kwangpd)에 올린 '대표팀 포토툰 13편' 중 한 장면(사진)이다.

말 풍선에 해당하는 글은 이씨가 상상한 가상의 대화. 실제 상황과 관계없이 웃음이 나는 것은 선수들의 상황.관계를 잘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대표팀 소집 때부터 만들기 시작한 '지포 포토툰 시리즈'는 다음 작품(?)을 재촉하는 열성팬까지 낳고 있다. 현재 13편까지 나왔다. 한정된 신문 지면상 외면당하는 자투리 사진들에 '존재의 가치'를 되살려주는 셈이다.

사진 재활용의 원조는 '합성 놀이'. 최근엔 개봉을 앞둔 영화 '수퍼맨 리턴즈' 포스터에 박지성을 합성한 '월드컵 리턴즈'가 눈길을 끌었다(본지 6월 17일자 19면). 아드보카트 감독이 "4강 그까이꺼"라고 말하는 2탄도 나왔다.

◆ 수집.발굴-월드컵 야사 우리가 쓴다

월드컵 개막 직전 박지성이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이 발행하는 잡지의 표지 모델로 등장한 모습이 미디어 다음 게시판에 올랐다.

사진 속 박지성이 피구(포르투갈).니스텔로이(네덜란드).비즐리(미국).아드리아누(브라질)에 비해 훨씬 작은 모습으로 연출돼 '박지성의 굴욕'이라는 부제를 달고 순식간에 퍼졌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사진을 '펌질'하면서 "대스타들과 함께 선 박지성은 그 자체로 거인"이라며 자부심을 보였다.

네티즌들은 언론사 기자들이 포괄하지 못하는 전 세계 구석구석을 추적해 월드컵 사료를 발굴하고 있다. 최근엔 이영표의 2003년 결혼 당시 PSV 에인트호번 동료였던 아르연 로번이 덕담을 하는 동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동영상에서 로번은 서툰 발음으로 "영표형"이라고 수차례 말하는데, 이를 본 네티즌들은 "세계적 스타들과 형.아우 하는 이영표가 자랑스럽다"는 반응. 네티즌들이 발굴한 희귀 자료들은 월드컵 야사(野史)로 남을 전망이다.

각종 뉴스를 통해 접한 선수들의 인터뷰나 에피소드를 편집해 선수 어록을 만드는 것도 오래된 놀이다. 박지성.김남일 등 인기 선수들의 어록은 수차례 업그레이드되는 중. 요즘은 MBC 월드컵 해설을 맡고 있는 차범근.두리 부자의 솔직담백한 어록이 최고 인기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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