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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탈원전은 불필요한 오해 불러일으킨 정치적 구호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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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인터뷰]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KAIST 총장 사태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건 정치 공작적 마인드의 얘기다. 임기를 못 채운 기관장들은 문제 있었던 경우다.”

과학기술계의 ‘이슈 메이커’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대통령 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에서 지난달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자리를 옮긴 문미옥(51) 1차관 얘기다.

그는 물리학자 출신에 20대 국회의원과 청와대 보좌관까지 거쳐 ‘왕차관’으로까지 불린다. 하지만 그간 야당은 물론 여당의 지지세력들로부터도 적지 않은 공격을 받아왔다. 정권 출범 초기 문 차관의 대학 동기인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내정됐을 때는‘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가 ‘청와대에 상식적 수준의 과학관(觀)을 요구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차관에 임명됐을 때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연구노조가 ‘문미옥 과기정통부 1차관 임명은 과학기술정책 불통의 산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중앙일보는 8일 정부과천청사 차관실에서 문 차관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는 그간 수많은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음에도 인터뷰 제의를 거침없이 받아들였다. 과기보좌관에 취임한 후 지금까지 언론과 단 한차례도 인터뷰를 하지 않은 터였다. 의원을 지낸 실세 왕차관답게 문 차관의 답변은 거침이 없었고, 언어는 다소 거칠기까지 했다. 그는 그에 대한 세간의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차관 취임을 축하한다. 왕차관, 실세차관이란 표현 어떤가.

“에이 말도 안 된다.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보기 나름이란 생각도 든다. 실세차관이라는 걸 장점으로 활용하라는 말로도 들린다.  부처 일을 할 때 국회에 있었기 때문에 의원들과의 소통이 잘되는 부분들이 있다. 적어도 여당의원들이 동료의원이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많은 지지를 해주신다. 청와대나 다른 부처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차관에 임명될 때 지지세력이라 여겼던 민노총 산하 공공연구노조가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다. 당혹스러웠겠다.
“앞으로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메시지로 들었다. 성명서의 내용을 일일이 반박하자면 끝이 없다. 대표성이 있는 노조들을 다 초청했다. 곧 만날 거다.”(공공연구노조에서는 당시 ‘국가과학기술정책이 끝없이 표류하고 있고, 그 문제의 중심에 문 임명자가 자리 잡고 있다. 문미옥이란 이름이 불통과 무능의 대명사로 등장했다. 과학기술계의 인사는 과거회귀였다’라고 비판했다.)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과학계 인사 난맥의 핵심이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인사의 체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런 인사는 보좌관이 맘대로 하는 게 아니다. 위원회 등의 검토를 거쳐서 이뤄진다. 박성진ㆍ박기영 교수 인사의 경우는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인사의 의도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박기영 교수의 경우 참여정부 당시 만들었다가 이후 없어졌던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이른 시간 안에 되살릴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박성진 교수 역시, 벤처정책 등의 분야에 역량이 탁월했다. 다만, 능력 이외의 것에 대한 국민 여론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점은 아프게 생각한다. 출연연 기관장들의 경우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뒤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 못한 경우는 밝히긴 어렵지만 문제가 있는 경우였다.”

-과기정통부의 신성철 KAIST 총장 고발 건은 장관도 “내 손을 벗어났다”고 했는데 청와대에서 관여했다는 얘기 아닌가.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사퇴 압박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그런 게 정치 공작적인 마인드다. 장관이 ‘내 손을 벗어났다’고 한 얘기는 검찰로 넘어갔다는 얘기다. 정권 초부터 사퇴 압박을 했다는 주장 역시 루머일 뿐이다. 만약 정치적 이유로 사퇴를 요구했다면 2017년에 이미 끝냈을 거다. 신 총장 건은 과기부 감사관실에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을 감사하다 시작된 것일 뿐이다. 검찰로 넘어갔으니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다. 나는 신 총장 건은 알지도 못했고 관여하지도 않았다. ” (이병태 KAIST 교수는 장관의 발언에 대해 “지인이 장관에게 직접 물어보고 얘기해 준 것이다. 검찰로 공이 넘어갔다는 의미가 아니라, 청와대에서 관여했다는 의미로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기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과학기술에 관심없다고 불만이 많다.

“그렇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때보다 과학기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복원하고, 본부장을 국무회의에 참석하도록 했다. 또 올해는 정부 연구개발(R&D) 예산도 최초로 20조원을 넘었다. 앞으로 연구자는 물론 국민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

-이 정부만의 얘기는 아니지만 R&D가 20조원에 달하는 데도 성장동력 찾지 못하고 경쟁력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조선ㆍ자동차ㆍ스마트폰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반도체마저 몇 년 남지 않았다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

“어려운 건 사실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뚜렷이 손에 쥐고 있는 게 없다. 하지만 잘하고 있는 분야도 있다. 수소경제와 인공지능 등 13개 성장동력 분야가 그렇다. 이 분야에 특별히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조기에 성과가 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인재를 키우는 것과 기술 개발 단계의 사이에는 시간의 격차가 있다.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사람 중심, 연구자 중심으로 문화를 바꿔나가면 성과도 나올 것이라 믿는다.”

-대통령의 공약인 탈핵 정책에도 앞장서 왔는데 역시 논란이 많다.

“대선 전후로 탈핵 얘기가 나온 건 사실이지만,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한 정치적 구호였다. 정책적 용어로 다듬어지기 전에 쓴 표현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면에서 미숙했던 측면이 있고, 많이 나갔던 표현이라 생각한다. 정부는 탈 원전이 아니라 원자력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이나 대만처럼 급격한 원전 축소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

-새해 벽두부터 미국ㆍ중국 등 세계 주요국들이 우주로 달려가고 있다. 우리도 우주청 설립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내부 검토 단계다. 외국에서 한다고 따라할 필요는 없다. 과기부 내부 조직을 좀 더 강화하든지, 아니면 독립된 우주청을 만들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

문 차관은 4년 전인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여성과학기술인을 위한 정책에 몰두하던 연구교수 신분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6년 초 인재 영입 차원에서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발탁돼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최순실 사태’에 휩싸이고,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서 문재인 캠프에 몸 담았다가 청와대 과기보좌관에 올랐다. 지난해 말에는 만 50세의 나이로 과기정통부의 최연소 차관에 올랐다. ‘초고속 출세’ 중인 문 차관에게 “다음 자리는 21대나 22대 총선 출마냐”고 물어봤다. 그는 단호하게 “총선에 출마 안 한다”고 거듭 밝혔다. 그럼 “과기정통부 장관을 목표로 하느냐”고 했더니 애매한 답이 돌아왔다.

“그건 제 몫이 아니라 인사권자의 몫이다. 차관이 끝나면 해외로 나가서 못다한 공부를 더 하고 싶다. 유시민 전 장관처럼 나도 내 인생이 중요하다.”

최준호·최연수 기자 joonho@joongang.co.kr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1968년 경남 산청 출생

부산성모여고

포항공대 물리학과 학ㆍ석ㆍ박사

연세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

제20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

대통령비서실 정책실 과학기술보좌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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