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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서 ‘양심적’ 뺀 국방부…인권위 “헌법‧국제기준에 위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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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뉴스1]

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뉴스1]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 대신 ‘종교적 신앙’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는 국방부 발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헌법에 위배될 뿐 아니라 국제기준과 지난해 판결 취지에도 어긋난다며 우려했다.

9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대체 용어 사용은) 대체복무제에 관한 국제인권기준과 헌법재판소 결정 및 대법원 판결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병역거부 행위가 개인이 가진 양심의 보호와 실현이 아닌 종교적 신념과 가치에 따른 행위로 비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근거로 “1980년대 후반부터 유엔 인권위원회와 자유권규약위원회 등 국제사회는 병역거부를 세계인권선언과 자유권 규약이 규정하는 사상‧양심 및 종교의 자유의 권리에 근거한 권리로 인정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엔 인권위는 1989년 결의 제59조에서 병역거부를 ‘사상‧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한 정당한 권리의 실행으로서 병역에 대한 양심적 거부를 할 수 있는 모든 이의 권리’로 명시하고 있다”며 “1998년 결의 제77조에서도 병역거부권이 종교적‧도덕적‧윤리적‧인도주의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발생하는 심오한 신념 또는 양심에서 유래한 것임을 밝히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다루고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11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정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기자회견에서 병역 거부자 및 사회단체 회원들이 대체복무제안 수정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정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기자회견에서 병역 거부자 및 사회단체 회원들이 대체복무제안 수정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최 위원장은 지난해 헌재와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병역의무가 인정되는 징병제 국가에서 종교적‧윤리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로부터 형성된 양심상의 결정을 이유로 병역의무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라고 규정하며 “‘양심’을 병역거부와 연계해 해석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헌재가 대체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현행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이어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14년 만에 판례를 변경해 ‘종교·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놨다.

최 위원장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은 단순히 특정 종교나 교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며 “인권의 다양성 원칙을 바탕으로 한 양심의 자유는 국내외에서 지속해서 논의되는 대체복무제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한일 '레이더 갈등'과 관련해 국방부가 일본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한일 '레이더 갈등'과 관련해 국방부가 일본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국방부는 지난 4일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는 쓰지 않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쓰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당시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체복무제 용어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양심’ ‘신념’ ‘양심적’ 등과 같은 용어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군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했거나 이행 중이거나 이행할 사람들이 비양심적 또는 비신념적인 사람인 것처럼 오해될 수 있다는 국민적 우려를 고려한 것”이라며 “향후 정부는 이를 대신해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로 용어를 통일해 사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 대변인은 “국방부는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서 지난해 12월 28일에 대체복무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며 “향후 관계부처 협의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서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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