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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작품집이 쏟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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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가지 주제 아래 여러 작가의 작품을 모은 시·소설·콩트집 출간이 활발하다.
작가마다의 독특한 체험과 시각을 한자리에 모은 이 책들은 독자들에게 일정한 주제에 대한 다각적 체험을 가능케 한다. 주제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인간의 보편항구적 문제인 「사랑」「이별」「어머니」등에서부터 「통일」「분단」「반외세」「계층문제」등 치열한 현실인식까지 담아내고 있다.
시선집의 경우 우선 분단의 현실을 깨치고 부숴 통일의 염원을 소망한 것이 여럿 나와 있다. 「초록으로 북상하고 단풍으로 남하하는」이란 어깨제목을 단 『우리들의 꿈』(푸른숲간)은 젊은 북녘시인에게 보내는 남녘 땅 젊은 시인 82명의 감성적 노래를 모았다.
『그대는 북에서 나는 남에서』『통일은 진정 그 어느 때에』(눈출판사간)는 해방직후 홍명희에서 80년대의 김남주에 이르기까지 분단의 모순과 그 질곡을 형상화한 시를 실었다.
또 첨예한 이슈를 집중 조명한 경우로는 5월 광주항쟁 시선집 『누가 그대 큰 이름 지우랴』(인동간), 반 외세민족자주화 시선집이란 이름을 붙인 『아메리카 똥바다』(인동간), 교육문제를 다룬 『내 무거운 책가방』(실천문학사간) 등이 대표적이다.
인간감정을 주제로 한 시집으로는 70명의 시인이 어머니의 사랑을 애틋하게 읊은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일선기획간)가 있다. 예하가 펴낸 『이 땅의 어머니를 위하여』도 역시 어머니에게 바치는 시인 61명의 헌사를 그들의 어머니 사진과 함께 모았다.
정음사의 『러브 포임스 시리즈』10권은 사랑과 이별을 노래한 외국시등을 모아 주로 청소년층을 겨냥하고 있다. 인의출판사의 『인의시선』은 사랑·고향·통일·추억·자유·고독을 주제로 6권을 묶었고 창지사의 『둘이 사이』는 결혼을, 『꽃 하나 갖고 싶어』는 태교를 각각 주제로 삼고 있다.
소설의 경우는 「주제별 선집」출판이 더욱 두드러진다.
「우리시대의 소설」이란 이름 아래 80년대 문제를 시리즈로 펴내는 정음사는 우선 3권을 내놨다.
이 3권은 중산층의 삶과 소시민 의식을 담은 『가위 가위 가위』『망원동일기』, 그리고 광주항쟁과 운동권 학생의 문제를 포함하는 『깃발』등으로 되어 있다.
정음사는 계속해서 노동운동과 근로자문제에 관한 소설집도 낼 예정이다.
시인사의 『동트는 새벽』은 87년의 민주화대행진을 소재로 한 작품이 모여 있다. 시인사는 『민주화항쟁소설집』이라고 시리즈이름을 붙여 통일운동·노동운동·계층간 갈등을 다룬 소설집을 마련중이다.
한편 『누이를 위하여』(실천문학사간)는 교육전반의 부조리를 고발한 소설집이고, 『절반의 실패』는 여성문제를 여성소설가가 집중 조명했으며 『포플라 잎사귀보다도 작은 사랑』(푸른숲간)은 전상국·박범신등 작가 14명이 쏜 성장기소설 모음이다.
짧은 글 속에서 주로 인간성의 각박함을 꼬집는 콩트모음도 많다.
『대통령 아저씨 그게 아니어요』를 시작으로 해 정치콩트시리즈를 잇따라 펴내는 동광출판사는 최근 5공하의 비리와 권력의 추악상을 고발하는 『큰 도둑님 작은 도둑님』을 펴냈다.
『보통공화국』(모음사간), 『코리아별곡』(선비간), 『짧게 즐겁게』(친우간)는 메마른 세태, 인간의 이기주의를 코믹하게 들려준다. 또 『쫄병수칙2』는 군대생활의 이모저모를 모은 콩트집이다.
「주제별 선집」출간은 특정주제에 맞추다보니 때로 무리한 작품분류를 한 흠도 있지만 다양한 시각과 흐름을 심층적으로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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