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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담배 물면 창문이 열린다…바이두 AI로봇, 기아차에 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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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국 최대 검색 포털 바이두가 CES 2019에서 바이두 부스에 전시할 기아자동차 스포티지. 중국에서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직접 운송해 왔다. [사진 바이두]

중국 최대 검색 포털 바이두가 CES 2019에서 바이두 부스에 전시할 기아자동차 스포티지. 중국에서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직접 운송해 왔다. [사진 바이두]

중국 최대 검색포털 바이두(百度)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신기술이 세계 최초로 기아자동차의 스포티지에 장착된다.

오늘 개막 CES서 첫 공개 #음성 인식 넘어 상황까지 제어 #운전 중 하품하면 ‘피로 운전’ 경고 #현대차 완성차에 최우선 탑재 #바이두 기술총감 레이먼드 장 #“사투리 등 중국어 가장 빨리 인식”

레이먼드 장 바이두 차량용 인터넷(Internet of Vehicle·IoV) 기술총감은 “바이두와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 바이두가 개발한 AI 신기술을 무조건 현대차그룹 완성차에 최우선 탑재하기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중국 최대 포털과 한국 최대 완성차업체가 AI와 관련해 전면적으로 손을 잡았다.

레이먼드 장

레이먼드 장

바이두는 8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2019 국제 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스포티지(중국명 즈파오)를 선보인다. 이 차량은 겉보기엔 일반 스포티지와 다를 바 없지만 바이두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신기술이 장착돼 있다. 중간(센터페시아)에는 AI 로봇의 감정을 보여주는 모니터도 처음 부착했다. 한국에선 바이두가 네이버처럼 단순 포털 사이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구글처럼 포털의 데이터를 응용해 다양한 AI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레이먼드 장 기술총감을 7일(현지시간) 단독 인터뷰했다.

스포티지에 장착한 바이두 인공지능(AI) 로봇. [사진 바이두]

스포티지에 장착한 바이두 인공지능(AI) 로봇. [사진 바이두]

기아차에 최초로 탑재한 AI 로봇은 어떤 역할을 하나.
“지난해 현대차의 중형 SUV 싼타페에 적용했던 기술(두어OS오토)은 운전자가 말로 내비게이션·에어컨디셔너 등 차량을 조작할 수 있는 음성인식 기술이었다. 나아가 이번에 공개한 스포티지는 AI가 운전자에게 적합한 상황을 스스로 제어한다.

예컨대 운전자가 담배를 꺼내 물면 AI가 알아서 운전석 창문을 연다. 졸려서 하품하면 ‘피로 운전(fatigue driving)’ 경고와 함께 휴식을 권한다. 보조석·뒷좌석 탑승자 표정도 감지한다. 우울한 표정을 지으면 선호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음악 듣다 잠들면 스스로 음량을 낮춘다. 기존 음성명령은 ‘헤이, 구글’처럼 컴퓨터가 인지할 수 있는 명령어를 호출한 뒤 직접 명령을 내려야 했다. 바이두 AI는 명령을 내리지 않더라도 알아서 동작한다.”

왜 스포티지에 탑재했나.
“두 회사는 지난해 8월 바이두가 차량용 AI 신기술을 무조건 현대차그룹 완성차에 탑재하기로 했다. 바이두가 차량용 AI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면 현대모비스 하드웨어를 이용해 현대·기아차가 1등으로 선보인다. 이를 최초로 적용한 차량이 스포티지다.”
스포티지에 탑승한 운전자의 우울한 표정을 인지하는 바이두의 AI 로봇. [사진 바이두]

스포티지에 탑승한 운전자의 우울한 표정을 인지하는 바이두의 AI 로봇. [사진 바이두]

차량용 AI 로봇의 궁극적인 목적은.
“현대·기아차 운전자가 바이두의 AI 기능 전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차량용 AI를 개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CES에서 스포티지에 탑재한 AI 로봇은 이런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이다. 이 로봇을 양산차에 탑재한 바이두 최초의 고객은 현대·기아차다. 이를 위해 일단 바이두와 현대차그룹은 커넥티드카(connected car)를 공동 개발 중이다. 이미 현대차가 지난해 출시한 중국 전용 준중형 스포츠세단(라페스타)은 바이두의 커넥티드 기술을 일부 구현했다. 이를 거쳐 장기적으로 바이두가 추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아폴로프로젝트)에서 현대차가 참여하는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BMW·볼보·포드와도 협업 중인데.
“지난해까진 포드자동차에 AI 신기술을 가장 많이 적용했다. 볼보·BMW에는 AI 기술의 일부만 제공했다. 고객사가 차종에 적합한 AI 기능을 요구하면 협의해 제공하는 식이다. 하지만 앞으로 바이두가 개발한 AI 로봇 최신 기술은 현대·기아차가 가장 먼저 선보이게 된다. CES에서 우리 부스에 스포티지를 올려둔 이유다.”
자동차에 AI를 접목한 이유는.
“검색 엔진에서 바이두는 월등한 양의 소비자 데이터를 축적한다. 이는 대규모 정보처리가 가능한 컴퓨팅 기술과 AI 기술을 개발하는 계기였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데 의도치 않게 AI 연구에 적합한 데이터가 모인 셈이다. 내부 검토 결과 AI 기술을 실물에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후보로 두 가지가 꼽혔다. 첫 번째는 가구였고, 두 번째는 자동차였다. 특히 자동차가 최적인 이유는 운전자에게 필요한 기능을 바이두 AI 로봇이 제공할 수 있어서다. 예컨대 운전자는 지도가 필요한데 바이두 AI는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중국 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또 바이두는 소음·사투리 등 변수의 영향을 줄이면서 중국어 음성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는 기술도 있다.”
무인주행차도 직접 개발하나.
“바이두는 자율주행차를 자체 개발한다. 구글이 미국에서 시운전에 성공한 것처럼 바이두도 비슷한 실험(아폴로 프로젝트)을 하고 있다. 이미 중국 공항·공원·관광지에서 바이두 자율주행차 수백 대가 운행 중이다. 2015년 12월에는 베이징 5환도로에서 자율주행차가 시운전에 성공했다. 아폴로 프로젝트가 1만㎞를 주행하며 1만여 명의 인력을 수송하는 동안 사고 건수는 0건이었고, 8000여 명이 탑승 소감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구글이 지난해 12월 애리조나주에서 시작했던) 무인택시 상용 서비스도 중국 창사(長沙) 지역에서 준비하고 있다. 2020년이면 자율주행차 부문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이다.”
일반인들은 언제 자율주행 시대를 체감할 수 있나.
“기술적으로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대는 이미 열렸다. 실제로 중국 베이징국제공항에서는 이미 바이두 자율주행 버스가 운영 중이다. 수출까지 성공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바이두 무인주행차를 수입해 도쿄공항에 투입했다. 관건은 데이터다. 충분한 자율주행 데이터를 확보할수록 완벽해진다. 바이두 기술력을 바탕으로 판단하건데 3년 정도 데이터를 쌓으면 일반 도로 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차 시대가 올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미국)=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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