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서 잡힌 명태는 모두 '자연산'…바다에 푼 122만 마리 어디 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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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 앞바다에서 잡힌 명태 [사진 고성군]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서 잡힌 명태 [사진 고성군]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서 대량으로 잡힌 명태가 자연산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연말 2만마리 잡히자 수산당국 이동 경로 파악 나서 #한해성수산자원센터 500마리 추가로 유전자 분석 의뢰 예정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는 7일 지난해 연말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 앞바다에서 잡힌 명태 중 100마리에 대해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 유전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자연산인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공현진 앞바다에서는 지난달 18일 280마리의 명태가 잡힌 것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모두 2만1000여 마리의 명태가 잡혔다. 이에 따라 자연산 명태의 이동 경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잡힌 명태의 경우 양식 명태를 방류한 공현진 앞바다에서만 잡혀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명태가 대량으로 잡힌 곳은 항구에서 배로 10분 거리에 있는 바다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는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명태의 이동 경로 등을 파악하고 있다. 연구소 측은 명태가 갑작스럽게 낮아진 수온과 먹이를 따라 연안 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 명태 주 산란지인 북한 원산만에 명태 개체가 많아지면서 자연산 명태가 우리나라 해안으로 이동했을 가능성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에 잡힌 명태는 2년 이상 된 개체로 그 시기 산란한 개체가 많이 생존했거나, 산란을 위해 연안 수온이 낮아지는 12월에 연안 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양재형 동해수산연구소 연구사는 “명태 무리가 이동하면서 수온을 따라 들어오거나 먹이 따라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며 “고성 앞바다의 수온 자료 등을 분석해야 봐야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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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 서주영 박사가 명태살리기 프로젝트 연구 어류동에서 1세대 명태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 서주영 박사가 명태살리기 프로젝트 연구 어류동에서 1세대 명태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수온 3도를 기준으로 1~5도에서 서식한다. 5도보다 낮아야 어장이 형성된다. 이 때문에 주로 수온 변화가 크지 않은 수심 100~200m 사이 저층에서 서식한다.

이와 함께 한해성수산자원센터도 고성 앞바다에 풀어놓은 명태 122만 마리의 행방을 찾기 위해 추가로 유전자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해성수산자원센터 관계자는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과 일정을 조율해 추가로 500마리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자연산 명태와 양식 명태의 이동 경로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해성수산자원센터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성 앞바다에 명태 122만6000마리를 방류했다. 이 중 2000마리는 지느러미에 표식을 달아 풀어줬다. 하지만 현재까지 재포획된 방류 개체는 유전자 확인 3마리, 표지확인 1마리 등 총 4마리가 전부다.

자연산 명태가 동해안에서 이렇게 대량 포획된 것은 2007년 이후 12년 만이다. 명태 어획량은 1950년대 2만4000t, 1960년대 1만7000t에 머물다 1970년대 7만t, 1980년대 7만4000t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새끼 명태인 노가리에 대한 무분별한 어획으로 명태 어획량이 1990년대 6000t으로 떨어졌고, 2000년대 100t 이하로 떨어지더니 2008년엔 어획량 ‘0’을 기록하면서 사실상 명태는 사라졌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명태 보호를 위해 지난해 7월 명태 포획을 금지하는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내놨다. 개정안에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명태의 연중 포획 금지 기간을 설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초 지난 1일 시행이 목표였으나 아직 법제처에서 심사 중으로 이달 중에 시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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