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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캐나다에서 벌인 예천군의회의 민망한 추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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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캐나다에 지난해 말 7박 10일 일정으로 이른바 ‘해외연수’를 떠났던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현지에서 민망한 추태를 부려 빈축을 사고 있다. 예천군의회 박종철 부의장(자유한국당)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저녁 식사 후 술에 취해 현지 가이드를 폭행해 다치게 하고, 일부 군 의원들은 연수 도중 ‘여자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에 데려가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가이드 폭행은 당시 현장을 목격한 미국인 버스 운전기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우리나라 군의회 의원들의 이름과 수준에 먹칠을 한 국가적으로 창피한 망신이다.

이 연수에는 예천군 의원 9명 전원과 사무국 직원 5명 등 14명에게 1인당 442만원씩 총 6188만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연수 일정 중에는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 아브라함 대평원 등 외유성 관광명소 탐방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연수를 빙자한 관광에 세금을 써댔으니 도덕적 해이에 대해 비난받아 마땅하다.

예천군 의회의 일탈은 지난해 이미 예견됐다. 본지가 226개 기초의회 4년 치 예산·결산서를 전수 분석해 작성한 ‘풀뿌리 가계부’에 따르면 예천군은 2017년 1인당 325만원이던 기초의원 해외출장비를 2018년 540만원으로 인상했다. 재정자립도는 15%로 전국 214위인데, 해외출장비 예산은 전국 2위였다. 예천군의회 추태와 관련해 시민들이 “검찰·경찰에 수사의뢰·고발할 계획”이라고 나선 점은 적절하다. 예천군뿐 아니라 전국 기초 의원들의 빗나간 행태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저질 추태와 일탈 행위를 점검하고 강력히 제재하는 방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