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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 음주운전만큼 나쁜 것…아이가 말 안 들을 때 심호흡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장화정 중앙 아동보호 전문기관 관장 인터뷰 

장화정 중앙 아동보호 전문기관 관장. [사진 중앙 아동보호 전문기관]

장화정 중앙 아동보호 전문기관 관장. [사진 중앙 아동보호 전문기관]

지난 1일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엄마의 방치로 4세 아이가 숨졌다. 경찰에 구속된 엄마 A씨(34)는“아이가 새벽 바지에 소변을 봐 화장실에서 벌을 세웠다”며 “훈육하려고 그랬다”고 진술했다. 부검 결과 아이 이마와 머리 뒷부분에서 혈종이 여러 개 발견됐지만 A씨는 학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가정은 3년 동안 4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은 관찰 대상 가정이었다. 숨진 아이를 포함한 삼 남매는 엄마의 방임으로 법원 명령에 따라 지난해 5월까지 아동보호 시설에서 지냈다. 숨진 아이의 아빠 역시 지난해 아이들 머리를 때려 접근 금지 명령을 받았다.

사건 전날과 지난해 12월 26·28일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가정 방문을 요청했지만 A씨가 거부해 이뤄지지 않았다. 장화정(54) 중앙 아동보호 전문기관 관장에게 사건 발생 원인과 방지책, 올바른 훈육에 관해 물었다.

[중앙일보]

[중앙일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보나. 
경찰 조사 결과를 봐야겠지만 훈육이라는 명목 아래 아이에게 모든 감정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분노 조절이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정이었다. 
관계 기관들의 적극적 관리가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가 죽었으니 할 말이 없다. 근데 이번 건은 기관이 교육·치료·지원 서비스를 많이 했다. 아이들은 시설에 돌아가기 싫다고 하고 어머니는 양육 의지가 강했다. 이런 문제도 같이 해결해야 한다. 시설에서 아이들이 같이 잘 지낼 수 있게 해야 하고 전문 가정 위탁도 이뤄져 아이들을 보낼 장소가 있어야 한다. 어머니가 지정된 교육을 이수해 법원 판단을 받아 가족 재결합이 이뤄졌다. 아동보호 전문기관만 잘못했다고 하면…, 당연히 기관이 잘못한 것도 있지만.
잘못한 부분이 뭔가.
아이가 죽었으니 잘못한 거다. 일반적 어머니라면 새벽에 아이가 오줌을 쌌을 때 잘 재웠을 텐데 교육으로 안 되는 상황이다 이런 생각도 든다. 할 말이 없고 안타까울 뿐이다. 여러 관계 기관의 복합적 대안이 필요하다.  
어떤 보완책이 필요한가. 
기관의 상담원이 가정을 방문해 아이 안전을 확인하고 양육을 지원하는데, 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가도 한 번 잘못되면 재학대가 발생할 수 있다. 방문해도 부모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 때가 많다. 아동복지법·아동학대처벌법이 있지만 아동학대 행위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교육·상담을 할 수 없다. 개입을 거부할 때 강제 조치할 방안이 있어야 한다.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어떤 상황에서든 학대받는 아이가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기관이 더 촘촘하게 돌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처벌 역시 강화해야 한다. 특히 친부모는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문을 열어주지 않을 때 매뉴얼이 있나.
경찰에 재신고한다는 지침이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엄마가 방문을 거부했지만 관리 중이었기 때문에 계속 설득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더 촘촘하게 돌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관을 더 만들고 상담원 수를 늘리면 된다. 현재 상담원 한 명이 40가구 정도 돌보는데 15~20가구로 줄여야 한다. 
친부모 학대가 많은 이유는.  
매년 전체 아동학대의 80% 정도는 가해자가 친부모다. 가정에서 훈육과 체벌을 혼동하는데 둘은 나눌 수 없다. 훈육의 경계에 체벌이 있고 체벌은 학대와 닿아 있다. 훈육이라고 시작해 분노 조절이 안 되면 학대로 넘어간다. 폭력에 관용적인 사회 분위기도 문제다. 음주운전이 나쁘듯 아이를 때리면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형성돼야 한다. 
원칙을 지키는 체벌은 괜찮지 않나.
거짓말했으니까 회초리 3대 맞아 이렇게 시작했다가 아이가 대답하지 않으면 그걸 이유로 또 혼내게 된다. 결국 원칙이 사라져 버린다. 거짓말을 하면 때릴 게 아니라 왜 거짓말했는지 물어봐야 한다. 
훈육과 학대를 나누는 기준이 있나.
한 선상에 있다. 무섭게 노려보는 것을 학대로 볼 것인가. 해서 안 되는 행위지만 모든 부모가 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의미를 정립하기 어렵다. 기관은 학대 기준을 엄격하게 본다. 부모가 그것을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을지 난상토론이 필요하다. 
아동학대는 특정 가정에서 일어나는 범죄인가.
가난해서, 못 배워서,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평범한 가정에서도 많이 일어난다. 가령 아이에게 ‘엄마라고 부르지 마’, ‘내가 안 해준 게 뭐 있어’, ‘나가 죽어’ 이런 말을 하면 정서학대다. 
올바른 훈육법은.  
일관된 태도다. 기분 좋으면 안 때리고 기분 나쁘면 때리고 이래서는 안 된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어른이 아니라 아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인내가 필요하다. 왜 물을 흘릴까, 왜 거짓말을 할까. 아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몇 번 말했는데 왜 못 알아들어’가 아니라 참고, 기다리고, 다시 알려줘야 한다. 
알면서도 실천이 어렵다고들 한다.  
부모들을 교육할 때 강조하는 게 심호흡이다. 훈육하며 ‘아이에게 이렇게 해도 되나’ 중간에 쉼표를 찍고 돌아보라는 거다. 

의정부=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중앙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으로 아동복지법 제45조에 따라 2001년 10월 설립됐다. 학대 피해 아동 지원·상담·치료 서비스 등을 하는 각 지역의 아동보호 전문기관을 지원하고 아동학대 예방 프로그램 개발, 상담원 교육 등의 업무를 한다.

아동학대 신고 체크리스트

-사고로 보이기에는 미심쩍은 멍이나 상처가 발생한다.
-상처 및 상흔에 대한 아동 혹은 보호자의 설명이 불명확하다.
-보호자가 아동이 매를 맞고 자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거나 체벌을 사용한다.
-아동이 보호자에게 언어적, 정서적 위협을 당한다.
-아동이 보호자에게 감금, 억제, 기타 가학적인 행위를 당한다.
-기아, 영양실조, 적절하지 못한 영양섭취를 보인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 청결하지 못한 외모를 보인다.
-불결한 환경이나 위험한 상태로부터 아동을 보호하지 않고 방치한다.
-성학대로 의심될 성 질환이 있거나 임신 등의 신체적 흔적이 있다.
-나이에 맞지 않는 성적 행동 및 해박하고 조숙한 성 지식을 보인다.
-자주 결석하거나 결석에 대한 사유가 불명확하다.
-아동에게 필요한 의료적 처치 혹은 예방접종을 실시하지 않는다.
-보호자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보이고 집(보호기관)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한다.
-아동이 매우 공격적이거나 위축된 모습 등의 극단적인 행동을 한다.

*1개 문항 이상 해당하면 아동학대를 의심할 수 있다.
아동학대가 의심되면 112로 신고해야 한다.

자료: 중앙 아동보호 전문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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